[Dispatch | 시카고(미국)=구민지기자] "이 순간을 이겨낸 제 자신에게 낯간지럽지만 정말 자랑스럽다고 해주고 싶네요."
'방탄소년단' 제이홉은 혼자 무대를 채웠고, 또 찢었다. 꿈 꾸던, 아니 꿈 같은 롤라팔루자.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박수와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특유의 미소도 되찾았다. 불과 하루 전. 그는 초긴장 상태였다. '디스패치'가 알던, (언제 어디서나) 밝게 웃던 제이홉이 아니었다.
"롤라팔루자에서 공연을 한다는 거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잖아요. 솔로 가수 제이홉으로서 도전하는 거니까 의미도 있죠. 팀에 먹칠을 하면 안 되니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큽니다." (제이홉)
그도 그럴 것이, '롤라팔루자'는 세계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이다. 폴 매카트니, 레이디 가가, 콜드 플레이, 에미넴이 거쳐간 곳. 매년 40만 명 이상이 시카고를 찾는다.
제이홉은 K팝 최초 헤드라이너로 초대받았다. 첫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를 처음 선보이게 됐다. 거대한 공연장을 오롯이 혼자 채워야 했다. 그의 도전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 "Headliner"
제이홉은 약 두 달 넘게 롤라팔루자를 준비했다. 무대 구성 전반적인 부분을 진두지휘했다. 홀로 60분 무대를 이끄는 것은 처음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했다.
셋리스트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모어', '판도라의 상자', '베이스 라인' 등 강렬한 사운드곡을 우선 배치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반전 시킬 '저스트 댄스', '데이드림', '치킨 누들 숲' 등의 노래도 포함시켰다.
제이홉은 빈틈없이 무대를 준비했다. 퍼포먼스도 그중 하나다. 치트키는 팝스타 배키지였다. 어린 현지 댄서들과 함께 환상의 콜라보를 준비했다. 역대급 '치킨 누들 숲' 무대를 완성하고 싶었다.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롤라팔루자에 수어 통역사를 요청했다. 빠른 랩까지 수어로 통역이 가능한 분을 섭외했다. 제이홉은 관객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생각했다.
"첫 솔로 앨범의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 중 하나였어요. 1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을 제 스스로 이끌어 가는 준비 과정은 두려움의 연속이었죠. 수십 번 제 자신을 채찍질 해가며 연습했습니다."
◆ "with 지민"
시카고에 도착한 후에도 연습은 계속됐다. 다가오는 부담감에 식욕도 떨어졌을 정도. 그 압박감을 홀로 견디기 힘들었다. 멤버들이 간절하게 보고 싶었다. 그때, 지민이 직접 시카고를 찾았다.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식욕도 없고 밥을 거의 안 먹었어요. 지민이 오니까 밥이 넘어가더고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암흑의 세계였는데 지민이 불빛이 되어 줬습니다. 지민의 도움이 정말 컸죠."
지민은 제이홉의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그의 인터뷰, 리허설 등 모든 프로모션을 뒤에서 지켜봤다. 제이홉은 지민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었다.
"지민이 시카고에 온다는 것은 일부 관계자들도 뒤늦게 알았다. 정말 개인적인 시간을 빼서 온거다. 제이홉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하이브)
"(제이홉) 형이 너무 피폐했습니다. 한두 달 동안 너무 고생한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불도 안 켜고 어두컴컴한 곳에 있고 살도 너무 빠졌죠. 옆에서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지민)
◆ "시카고 챌린지"
해외 음악 페스티벌은 뮤지션에게 가장 떨리는 무대다. 여러 명의 가수가 시간별로 등장하기 때문에 특정 팬덤도 없다. 그저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도 볼 수 있다. 실력 있는 뮤지션에게는 각자의 방법으로 존경을 표한다. 헤드뱅잉을 하거나, 떼창을 한다. 하지만 라이브가 부족할 경우 야유를 보내며 엄지를 내린다.
이것이 제이홉이 '롤라팔루자'를 찾은 이유다. 솔로 뮤지션으로서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었다. 달라진 음악에 대한 반응도 궁금했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이 아닌 솔로 가수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정말 저한테는 큰 챌린지고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도 들긴해요. 하지만 저한테 관심이 없었던 그런 대중분들에게도 제 음악을 들려드리면서 평가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 "HobiPalooza"
드디어 롤라팔루자 공연 당일. 제이홉이 오전부터 시카고 그랜트 공원(1.3㎢ 규모)을 찾았다. 리허설을 위해 최북단 무대로 달려갔다. 초고층 빌딩 숲 안에 있는 버드 라이트 스테이지로, 가장 아름다운 무대로 꼽혔다.
제이홉은 리허설부터 실전처럼 임했다.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 불렀다. 그의 열창은 공원을 가득 채웠다. 새벽부터 공연을 기다리던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에 감탄했다.
제이홉은 마지막 날 피날레 무대를 맡았다. 최북단 마지막 헤드라이너로 출연했다. 동시간대 Polo pan은 서북단, Denzel curry는 서남단, 그린데이는 남단을 책임졌다.
제이홉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단숨에 롤라팔루자를 장악했다. 전 세계 음악팬 앞에서 솔로 아티스트로서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날, 시카고 선 타임즈(CHICAGO SUN TIMES) 기사다.
"제이홉, 롤라팔루자를 통해 방탄소년단 없이 오로지 혼자서도 무대를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J-Hope’s set proves he can command a stage without BTS)
<사진ㅣ시카고(미국)=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