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최고령 MC 송해(본명 송복희)가 별세했다. 향년 95세.
송해는 8일 오전 서울 강남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송해 측은 "인근에 사는 딸이 이날 오전 자택을 방문했다. (부친이) 쓰러진 걸 발견했다"고 전했다.
엄영수 코미디협회 회장은 "선생님은 코미디언 모두의 믿음이고 희망이었다. 항상 모범을 보였다.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하니 안타깝고 슬프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올해 초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1월과 5월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3월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전국노래자랑' 하차를 고민하기도 했다. 제작진과 스튜디오 녹화로 방송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노래자랑'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현장 녹화가 중단됐다. 송해는 이후에도 스튜디오 촬영 스페셜 방송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하지만 2년 만에 재개된 야외 촬영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전남 영광군 편과 7일 경기 양주시 편에 불참, 많은 시청자들의 걱정을 샀다.
당시 송해 측은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지방까지 장시간 이동이 부담스러워 참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송해는 지난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월남했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 KBS-1TV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았다. 국민 MC로 자리매김했다. 34년간 공개 녹화를 통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들과 만났다.
고인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드라마, 광고 등에 출연했다. 가수로 12장의 앨범도 발매했다. 2011년엔 전국 단독 콘서트를 열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KBS 연예대상 공로상,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도 받았다.
KBS는 올해 1월 송해의 인생사를 담은 트로트 뮤지컬 '여러분 고맙습니다' 을 제작했다. 태진아, 영탁, 이찬원, 정동원 등 후배 가수들이 헌정 공연을 꾸몄다.
송해는 이날 "사람이란 마음에 있는 꿈이 이뤄질 때가 있다. KBS와 인연이 돼서 운명같은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 전국노래자랑은 그 운명"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기쁨을 얻기도 하지만 실격해서 목적을 이루지 못한 분도 계시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원하는 바를 꼭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위로를 건넸다. "땡과 딩동댕 중 뭐가 더 좋으냐고 한다.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을 모른다"고 전했다. 합격과 탈락으로만 구분 짓지 말라고 강조했다.
송해는 지난 4월에는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긴 세월 '전국노래자랑'을 아껴 주신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내용이 대중들에게 전한 마지막 인사가 됐다.
고인은 사회적 약자에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 2020년 10월에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지자 취약계층을 위해 마스크 10만 장을 기부했다.
송해의 유족으로는 두 딸이 있다. 부인 석옥이씨는 지난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1994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송해는 석옥이 여사 곁에서 영면할 예정이다. 생전 부인의 고향 대구 달성군에 함께 묻히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는 대한민국 방송 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3호실. 이날 저녁부터 조문을 받는다. 발인은 10일이다.
<사진=디스패치DB,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