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오명주·송수민기자] “별보다 아름다운 별, 안녕히”
배우 강수연의 마지막 길은 든든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가족은 물론 그녀와 함께했던 동료들이 그녀가 떠나는 그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강수연의 영결식 및 발인이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모두가 고인이 가는 길에 외롭지 않도록 묵묵히 배웅했다.
이날 약 100여 명의 가족과 연예계 동료들이 참석했다. 유지태, 정우성, 설경구, 문소리, 엄정화, 예지원, 심건호, 김아중, 이용녀, 김현주 등이 자리했다.
배우 유지태가 영결식 사회를 맡았다. 그는 “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배우 문소리, 설경구, 연상호 감독이 추도사를 맡았다. 그가 걸어온 지난 시간들도 영상으로 상영했다.
배우 설경구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비현실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찍기 끔찍한 장면일 텐데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수연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1998년 영화를 찍으면서 경험이 없던 저를 이끌어 주셨다. 선배님의 퍼스트였던 것이 너무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보내주신 사랑과 헌신 배려 영원히 잊지 않겠다. 함께해서 행복했다. 사랑한다”며 슬픔에 잠겨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연상호 감독도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고인의 유작이 된 ‘정이’를 함께했다. “강수연이란 거대한 배우와 각별한 사이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선배님은 한국 영화를 연기로 세계에 알리고, 한국 영화가 세계에 알려지는 일이라면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섰다”며 “선배님 자체가 한국 영화 그 자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영원한 작별을 하는 대신 작업실로 돌아가 선배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새 영화 고민을 해야한다.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며 울먹였다.
발인은 엄숙하고 경건하게 이뤄졌다. 20분간 진행된 식이 끝나자 고인이 잠들어 있는 관이 운구됐다. 모두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의 가족이 영정 사진을 들었다. 이날 영결식에서 장례위원과 추도사를 맡았던 정우성과 설경구가 가장 앞에서 직접 운구를 하며 떠나는 길을 위로했다.
모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설경구는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했다. 조용히 고개를 떨구며 아무 말도 못했다. 정우성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인의 사진을 바라봤다.
유지태는 동료들을 다독여줬다. 정우성과 설경구의 등을 두들기며 이들을 위로했다. 담담히 고인이 있는 운구차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문소리도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함께했다. 너무 이르고 갑작스런 비보. 두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중간중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짧은 발인식을 마친 운구차는 장지로 향했다. 다들 운구차가 떠났음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렵게 묵념을 하며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고인은 지난 1969년 동양방송 전속 아역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에는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청춘 스타로 거듭났다.
1987년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로 전성기를 열었다. 같은 해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로는 제26회 대종상에서 여자 인기상과 여우 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는 한국이 낳은 첫 월드스타다. 1989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 ‘씨받이’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동아시아 배우 중 최초 수상이었다.
강수연은 국내 영화 산업의 발전에도 힘썼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 심사위원과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5~2017년에는 부국제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유작은 넷플릭스 영화 ‘정이’다. ‘정이’는 지난 해 1월 촬영을 마쳤다. 지난해 9년 만에 장편 상업영화 복귀 소식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현재 후반 작업이 한창이다.
그녀는 지난 5일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7일 사망했다. 금일 서울 용인시 처인구 용인공원에 장지된다.
<사진=민경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