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시절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에 고발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전 의원 측으로부터 고발 취하장을 팩스로 전달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할 당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 취하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초 (고발) 취지와는 다르게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지방선거뿐 아니라 당 대표 경선 과정에까지 정치적 소재로 활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님과 저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가 또 다른 정치적 대립 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악용되고, 온갖 억측들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해서 "제가 고발을 취하했지만, 저와 별개로 또는 함께 고발을 해주셨던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출받은 고발 취하장은 법률 대리인 명의로 된 1페이지 분량"이라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전 의원의 고발 취하와 별개로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지난 4월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가 같은 당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도지사 예비후보) 부인의 계정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고발했다.
선관위는 하루 만에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넘겼고, 검찰은 경찰에 이를 이첩했다.
이 트위터 이용자는 전 의원을 향해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라는 글을, 과거에는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등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해당 계정 주인이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 아니냐는 의혹이 인터넷상에서 제기됐고, 이 지사는 "아내는 SNS를 하지 않는다"며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한편 이정렬(49·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전 의원의 고발취소와 관련해 "이 지사가 직접 고발취소를 요청했다는 말은 꽤 오래전에 전해 들었습니다"며 "혜경궁 사건 고발인 조사받던 바로 그 날이니까 넉 달 전쯤 되었네요"라고 글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이 지사가 왜 직접 취소를 요청했는지 그 이유는 모릅니다. 이 지사와 직접 통화를 한 것은 아니니까요"라며 "전해철 의원이 고발 취소를 결정하셨다는 연락을 받은 때가 평양에 가시기 직전인 10월 3일이니까, 실제로 취소를 하시기까지는 열흘 정도 걸렸군요"라고 말했다.
이정렬(49·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가 지난 6월 1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 관련해 고발장을 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 "고발 취소 얘기가 나왔을 때 저는 첫 번째로 취소 절대 반대. 취소하는 경우 이 지사 측에서 '고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취소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음. 두 번째로 취소하더라도, 혜경궁이 김혜경이라는 자백을 받으시고, 혜경궁의 행위에 대해 사과할 것을 조건으로 하실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지난 6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을 통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낸 바 있다.
그는 당시 "계정 주인으로 상당히 유력하게 의심되는 이 후보의 부인 김씨, 그리고 김씨가 실제로 그 계정을 운용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경우에 계정을 운용한 누군지 모르는 실제 운용자에 대해 고발을 하게 됐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전 의원의 고발 취하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재명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 의원에게 고발 취하를 부탁한 게 아니고 충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저의 책임을 덜기 위한 부탁이 아니라 분열 수습을 위한 충언이었다. 사적인 통화로 전 의원께 드린 충언이 유출돼 봐달라는 부탁으로 둔갑해 정치적 공격 소재가 돼 당황스럽다"며 "이제 정말 도정에 집중하고 싶다. 모두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과도한 열정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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