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될때 '오븐에 음식 꺼내고 가겠다' 태연…이웃·인척도 "상상못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일대에서 12건의 살인과 40여 건의 강간을 저지른 연쇄살인범 '골든스테이트 킬러'가 42년 만에 체포되면서 그의 극악한 범죄행각과 노년의 평범한 삶이 대비되며 캘리포니아 지역사회를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미 범죄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 중 하나였던 이 사건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새크라멘토 경찰이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2)를 검거해 증거가 확보된 여섯 건의 살인 혐의로 송치하면서 일단락됐다.
드앤젤로가 특히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살인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수사당국은 1980년 벤추라 카운티에서 일어난 라이먼과 샬린 스미스 커플 살해사건에서 검출된 DNA를 단서로 계보 찾기 사이트의 친척 유전자 감식 기능을 활용해 수사망을 좁혔고 드앤젤로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경찰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아낸 것'과 같은 수사였다고 자평했고, 검찰은 40여년 만에 정의를 찾았다고 안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7일 범행 이후 40여 년간 트럭 수리공이자 평범한 이웃 노인으로 숨어 살아온 드앤젤로의 이중적인 삶을 파헤쳤다.
그는 새크라멘토 경찰에 의해 주거지인 시트러스 하이츠에서 체포될 당시에도 부엌 오븐 속에 굽고 있는 음식이 있으니 꺼내고 오겠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12명을 살해하고 46명을 강간했으며, 100여 건의 강도행각을 벌인 희대 흉악범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마당에서 오래된 낚싯배와 자전거 등을 수리하면서 트럭 열쇠를 찾지 못하면 간혹 혼자 욕설을 지껄이며 화를 내는 평범한 늙은이였다고 이웃은 기억했다.
드앤젤로의 삶에 대해 별로 알려진 게 없지만, 그는 작년 퇴직할 때까지 최근 27년간은 세이브 마트 슈퍼마켓의 배송센터 트럭 수리공으로 일했다.
놀랍게도 그는 범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1973년 변호사였던 아내 섀런 M.허들과 결혼했고 세 딸을 낳았다.
그는 1970년 칼스테이트 새크라멘토 대학에서 범죄학으로 학위를 받을 때 아내 허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딸 중 한 명은 응급실 의사가 됐으며, 한 명은 캘리포니아대학(UC) 계열을 졸업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아내 허들과는 이혼했으며 이후 딸 미샤, 그리고 손자와 살아왔다.
드앤젤로는 결혼 후 3년 만인 1976년 첫 살인을 저질렀다. 그때는 경찰관이었다. 그는 딸을 출산하고 5년간 범행을 멈춘 적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1976년부터 1986년 사이에 12건의 살인과 46건의 강간을 저질렀는데 1981년부터 약 5년간이 잠잠했던 기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86년 오렌지카운티에서 18세 여성을 살해했다.
드앤젤로의 처남은 지역언론에 "그가 범인인 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드앤젤로가 이혼 후 아내와는 왕래가 없었고 가끔 문자를 보낸 적은 있다고 했다.
끔찍했던 범행 당시 상황도 알려졌다.
드앤젤로는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이나 커플이 사는 집을 골라 복면 무장을 한 상태로 침입했는데, 커플이 사는 집에서는 남자를 묶어두고 피해 여성을 수차례 강간했다.
피해 남성을 엎드리게 한 뒤 접시를 뒤로 묶은 손에 들게 하고는 접시가 깨지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들의 집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 등 한동안 있다가 심야에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새크라멘토 전직 경찰관 웬델 필립스는 LA타임스에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범인이 법집행기관이나 군에서 정예 훈련을 받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적중했다"고 말했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
[그래픽] 미국판 화성연쇄살인범 '골든 스테이트 킬러' 42년만에 체포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40여 건의 강간과 10여 건의 살인을 저질러 '골든 스테이트(캘리포니아 주) 킬러'라는 별칭이 붙은 용의자가 42년 만에 체포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새크라멘토 경찰은 여섯 건의 살인 혐의로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2)를 붙잡아 송치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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