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김남주는 대체불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커리어우먼, 당당한 며느리에서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릭터다. 그도 그럴 것이 김남주는 지난 1994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비슷한 역할을 맡아왔다.
변신을 넘나드는 배우 속에서 인상적인 행보다. 그는 팔색조 매력을 보이는 대신에 한가지 색깔을 진하게 보여주는 타입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변신에 관대했던 그가 최근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연기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스포트라이트가 꺼지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이다. 톱스타에서 중년 연기자로, 주연에서 조연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언제까지 주인공만 할 수 없겠죠. 그동안은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더 지킬 수 있을까 생각했고, 또 좀 더 머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에요. 그런데 피할 수 없잖아요. 그것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싶어요."
지난 4일, 김남주를 만났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또 한 번 김남주식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 연기관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김남주는 기대 만큼 솔직했고 당당했다.
◆ "주말극 출연, 걱정도 많았지만"
김남주는 지난 2009부터 지금까지 3개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그리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까지, 모두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다. 이쯤되면 김남주를 박지은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부를 만 하다.
'넝굴당'에 출연한 것도 순전히 박지은 작가 때문이었다. 그 이유 외에는 죄다 걱정거리였다. 특히 주말 드라마라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미니시리즈를 더 하고 싶은데, 그 기회를 영영 놓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컸다.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넝굴당' 이후에 다시 미니로 돌아올 수 있을까, 혹시 올드해지는건 아닐까하고 겁이 났거든요. 또 박지은 작가의 글에 익숙해져있는 제 자신도 경계해야했고요. 다른 시놉시스를 읽으면 어렵다고 느껴지니, 배우로서 고민이 됐죠."
속앓이를 한 보상일까. '넝굴당'은 국민드라마 대열 합류를 앞두고 있다. 이를 보고 김남주는 '역시 박지은'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이렇게 잘 쓸줄 몰랐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내 사람 한 명이 열 사람 안부럽다고 하지 않나. 박 작가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 "내게 맞는 옷, 즐겨 입을 뿐"
김남주가 반복한 것은 작가 뿐만이 아니다. 사실 캐릭터도 이전 것들과 비슷하다. 그는 신인 때부터 도시적인 스타일의 커리어우면 역을 주로 맡아왔다. 도시적인 그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변신이 필수인 시대다. 늘 트렌드를 앞서 갔던 그였기에 궁금했다. 혹 변신할 생각이 있느냐 물었더니 대뜸 악역에도 관심이 있고, 한복도 꽤 잘 어울린다고 자부(?)한단다. 하지만 이내 웃음기를 싹 거두고 "변신이 두렵기는 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연기인생 18년차 배우, 그리고 늘 당당했던 김남주. 그에게서 나오리라고는 예상 못했던 대답이었다. 의아하다는 반응에 그는 연기 욕심만으로 무작정 변신하기 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살리겠다고 했다. 자신의 능력과 특성을 솔직하게 바라봤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두려워서 아무 것도 못하겠다는게 아닙니다. 다만 전 배우마다 자신의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모습이 제 그릇이고, 저와 가장 잘 맞는 옷입니다. 영화를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요. 저는 드라마에 맞춰져있는 탤런트에요. 제가 있는 이 자리에서 잘 하고 싶습니다."
◆ "내 미래? 주름을 인정하는 것"
김남주의 솔직함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미래도 가감없이 점쳤다. 언제까지 톱스타일 수는 없다는 것. 지금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는 김남주는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삶을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주인공만 할 수는 없겠죠. 언젠가는 누구의 엄마로, 조연으로 나오는 날도 올거에요. 지금은 그날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잘 대처하고 받아들여야죠. 늘어나는 주름살을 인정해야지 더 아름답잖아요?"
실제로 김남주는 주인공에서 내려 올 날을 차근차근 대비하고 있었다. '넝굴당'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영란, 나영희 등에게 조언을 구하는 식이다. 그때의 감정을 짐작하기 위해서다. 주저함이나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여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 그저 배우로 엄마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이런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 자리에 맞게 내가 더 노력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저, 예전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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