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ㅣ김수지·오명주기자] 그가 장자연 위조편지의 주인공이란 건, 중요하지 않다. 이미 (국과수의) 증명이 끝난 것이며, 더이상 증명할 것도 없다.
전준주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해야 했다. 나이, 사기, 횡령, 사실혼, 그리고 전자발찌....
하지만 그는 해당 질문을 피했다. “발찌가 왜 궁금한지 모르겠다”며 반문했다. “과거는 과거고 앞으로는 현재가 중요하다”는 궤변을 쏟아냈다.
게다가 낸시랭은... 말했다.
“우리 부부를 응원해달라. 나는 팝아티스트로 열심히 작품 활동 하겠다. 왕진진은 똑같이 문화사업 활동을 하고. 더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 보여드리겠다.”
개인의 선택이다. 낸시랭의 몫이고, 그녀의 삶이다.
단, 전준주를 문화 사업가로 포장해선 안된다. 상대의 판단에 혼선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낸시랭의 발언은, 위험하다.
‘디스패치’는 전준주의 과거에 주목했다. 그가 얼버무렸던 것들을 확인했다. 구랍 30일, 기자회견 직후의 일이다.
◆ “그는 바지를 올리지 않았다”
먼저, 낸시랭 지인의 이야기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우리도 궁금하다.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지. 솔직하게 말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이상한 말만 한다. 우리가 진실만 말하라고 다그쳤는데도...” (낸시랭 지인)
전준주는 어느 하나 솔직하지 않았다. 대중의 의혹에 대한 답변은, “그게 왜 중요하냐”. 그리고 “우리는 지금 사랑한다”였다.
낸시랭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이다. 그가 결혼했다. 문제는, 결혼 상대가 사기 및 횡령 사건에 연루된 자라는 것. 현재형이며, 미래형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준주가 바지를 올리면 사라질 의혹이다. 졸업앨범을 꺼내면 제거될 의혹이다. 중국말을 하면 (조금은) 풀릴 의혹이다.
(전준주는 1971년에 홍콩에서 태어났지만, 호적을 (9년) 늦게 올려 1980년생이 됐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17살에 초등학교를 입학한 게 된다.)
하지만 전준주는 바지를 올리지 않았다. 대신, 기자회견 이후 강남구 역삼동으로 향했다. 사실혼 관계의 여성과 동거하던 집이다.
◆ “전자발찌 충전기가 사라졌다”
끝날 때까지, 끝났다. 전준주가 먼저 일어섰다. 낸시랭은 단상에서 마무리 인사를 했다.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디스패치’도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역삼동 빌라로 향했다. 전준주가 얼마전까지 사실혼 여성과 동거하던 집이다.
‘다시’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한 발 늦었다. 경찰차가 사이렌을 밝히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갔다. 서울경찰청 감식반이 지문을 채취하고 있었다.
“주거 침입죄로 신고가 들어 왔습니다. 현관 도어락이 해체된 상태였고요. 분실물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
전준주의 前 동거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앞선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A씨였다. 그녀는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문이 열려 있었다. 옷가지와 서류 등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리고, 전자발찌 ‘충전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 성범죄자들은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율이 높다.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저질렀을 경우 보호관찰 대상이 된다. 법원은 최장 10년 범위 내에서 부착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전준주의 경우 5년 부착 명령을 받았다.
◆ “전준주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
의혹 하나가 제거됐다. 그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특정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자발찌는 총 3개로 구성돼 있다. ① 발목 부착장치, ② 휴대용 위치추적장치, ③ 재택감독장치.
‘디스패치’는 재택감독장치 본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재택감독장치는 성범죄자 (등록) 거주지에 설치한다”면서 “보호관찰소에 신고하지 않고 임의로 (재택장치를) 옮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2번째 의혹도 풀렸다. 전준주는 역삼동에서 A씨와 동거하고 있었다. 낸시랭과 결혼하기 직전까지. 재택감독장치가 이를 증명해준다.
전준주가 역삼동 빌라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도난 품목에 답이 있었다.
전자발찌의 경우 전용 충전기가 따로 있다. 5핀·8핀 어댑터로는 충전할 수 없다. 전준주는 (전자발찌) 방전을 막기 위해 A씨 빌라 문을 강제로 열었다.
경찰은 “계약 당사자의 허락없이 문을 땄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면서 “명의자 동의없이 누구도 잠금잠치를 제거하고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감식이 끝났다. 취재도 끝났다. 빌라를 나왔다. 낯선 차가 정차중이었다. 낸시랭과 전준주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카메라를 보자 차를 돌렸다. 사라졌다. 왜 왔을까.
◆ "전준주 갤러리의 주소는, 사우나"
'디스패치'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질문이다.
① 위한콜렉션의 실체를 말해달라.
② 갤러리 문화 사업은 무엇인가.
③ 1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나.
해당 질문을 준비한 건, 도자기 사업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아서다.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고, 수많은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묻지도 못했다. (손을 들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또, 움직였다.
'디스패치'는 전준주의 명함을 확보했다. 그 명함에는 갤러리 주소가 적혀있었다. 한 주상복합건물 지하 1층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문이 잠겨 있었다. 건물 관리인에게 물었다. 금시초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여기 지하에서 사우나가 공사를 했어. 지금은 허가 문제로 (공사를) 잠시 중단했어. 갤러리? 그런 거 없어."
거짓이었다.
'디스패치'는 전준주가 뿌리고 다니던 전시의향서도 입수했다. 타이틀은 '피카소전', '팝아트전', '샤갈전'. 주최는 '윈 팰리스'(마카오), 후원은 '위한콜렉션'으로 돼 있었다.
전준주는 '윈 팰리스'와 어떤 관계도 없다. 마카오에 간 적도 없다. 보호관찰기간 동안 제주도행 비행기를 탄 적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자신을 '윈' 전시회 후원자로 둔갑시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팝아트전'이다. 전준주는 2018년 하반기로 예고했다. 팝아트는 낸시랭과 유일하게 겹치는 공통분모. 낸시랭의 수식어는 팝아티스트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전준주가) 1조 원 규모의 전시회를 준비한다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면서 "이제 낸시랭과 결혼까지 했으니 그의 말은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스패치'는 주변 취재를 통해 ①과 ②에 대한 답을 얻었다. 사기극에 가까웠다. 아직 ③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있을까?
사진=정영우기자 (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