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하나뿐인 동생이 시체로 돌아왔다. 진실은 얽혀 있고, 눌러왔던 분노는 터져 나온다. 오직 진실을 찾기 위해 거침없이 달린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대사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추리 형태를 그리며 군더더기 없이 오직 목적만을 향해 달려간다.
하정우가 '황해' 때 보여준 날 것의, 정제되지 않은 민낯을 다시 꺼냈다. 잔뜩 피곤한 얼굴로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오직 본능을 따라 움직이는 액션은 영화의 백미다.
다만, 속도감을 위해 너무 많은 생략법을 택한 탓일까. 주인공의 감정은 공감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다. 가장 아쉬운 건, 영화를 보고 난 후 크게 남는 무언가가 없다는 것.
하정우는 "고립의 시간을 보내다 만난 첫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눈을 보면서 있는 대로만 표현하려 했다. 꾸밈없이 그 자체를 보여주려 했다"고 소개했다.
영화 '브로큰' 측이 23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김진황 감독 등이 자리했다.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그리고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민태(하정우 분)가 그날 밤의 진실을 쫓기 위해 달려 나가는 이야기다.
하정우가 서사의 중심에 있는 민태를 맡았다. 그는 "전 조직원으로서 손을 씻고 교도소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한 인물이다. 그러나 출소 후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고 말했다.
"새롭게 살아보려 했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생각할 시간 없이, 주저하지 않고 전력 질주하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하정우)
거친 얼굴로 누군가를 쫓는 모습이 '황해'(2010년)의 '구남'을 떠올리게 한다. 하정우는 "'브로큰'은 고립의 시간을 보내다 만난 첫 작품이었다. 시나리오 자체가 하드보일드했다. 꾸밈이나 화려함이라곤 전혀 없었다"고 떠올렸다.
"있는 그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그날 주어진 나의 얼굴을 가지고 연기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며 임하다 보니 뜻밖의 연기 표현들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하정우)
김진황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입봉했다. 하정우는 그간 신인 감독과 함께 했을 때 좋은 성과를 냈었다. 일례로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 등.
김 감독은 "시나리오 때부터 생각했던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 긴장되고 설렜다"며 "작업하는 과정 안에서 영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강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정우는 "신인 감독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크게 다른 건 없었다"며 "감독님과 두서없이 많은 아이디어를 나눴다. 여느 기성 감독 못지않게 편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백미는 무자비한 액션이다. 하정우는 쇠파이프를 들고 진실을 쫓기 위한 폭력을 자행한다. 김 감독은 "민태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지점을 액션 장면 안에 녹아들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간결하고 무자비한 액션은 영화에 카타르시스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민태의 분노를 공감하기엔, 설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태의 동생은 마약을 하며 아내를 패는 재활용 불가능 쓰레기다. 오직 피를 나눈 동생이라는 이유로 벌이는 복수. 관객들은 계속해서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정우는 이에 대해 "민태가 휘두르는 폭력에 정당성이 있더라도 잘못됐다. 그러나 이건 악이 악을 심판하는 이야기다. 민태는 주로 조직원을 상대해 왔다. 그들에게 맞춰진 화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민태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충돌한다. 민태 동생의 죽음이 담긴 이야기를 쓴 소설가 호령(김남길 분), 민태 동생의 아내 문영(유다인 분), 사건을 어둠 속에 묻고 싶은 조직 보스 창모(정만식 분), 민태와 동행하는 조직원 병규(임성재 분) 등.
하정우는 "민태가 동생의 죽음의 이유를 찾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면서 충돌이 일어나고 진실을 향해 점점 나아간다. 캐릭터들의 충돌이 재미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김남길 역시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영화다. 한 인물의 죽음 때문에 사건을 찾아가는 각자의 입장을 그린다. 이들의 심리적 부딪힘에 집중하시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민태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 제목을 '브로큰'이라고 선정했다"며 "영화를 개봉했다는 것이 이제 실감 난다. 많이 봐달라"고 바랐다.
한편 '브로큰'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0분.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