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여전히 세계 최강 밴드가 꿈입니다." (가온)
2021년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되겠다고 외친 그룹이 있었다. 심지어, 신인 밴드였다. 게다가 장르는 하드록. 꿈은 클수록 좋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까.
2024년, (거짓말처럼) 밴드의 시대가 왔다. 그 겁 없던 신인은 밴드의 뚝심을 지키며 차근차근 성장했다. 도전과 좌절, 다시 도전을 거치며 음악은 진화했고, 콘서트장 규모를 2배로 키웠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요즘은 '데이식스 동생'보다 ‘장르의 용광로’라는 수식어가 익숙하다. 밴드의 문법에서 이탈, 자유롭게 실험, 시도, 변주하며 그들만의 색을 찾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이유는 저희만의 사운드를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아직도 완성의 단계가 아니에요. 언젠가 저희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돼요." (가온)
'디스패치'가 최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만났다.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와 치열했던 2024년을 들었다.
◆ 매달 음반과 콘서트
2024년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에게 도전이자 성장이었다. 매달 음반과 콘서트를 반복하는 '2024 엑스페리먼트 프로젝트'(Xperiment Project)를 진행했다.
지난 4월 첫 정규 '트러블 슈팅'을 발표하고 디지털 싱글 '오픈 베타'와 콘서트 시리즈 '클로즈드 베타'를 반복해서 진행했다. 총 15회에 달하는 공연을 펼쳤다.
건일은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부담감을 갖고 열심히 했다. 언제 힘들었나 싶을 정도로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그 도전과 성장을 음반으로 집약했다. 미니 5집 '리브 앤 폴'(LIVE and FALL)은 엑디즈의 음악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전매특허 용광로 장르를 비롯해 처음 선보이는 무드까지 들을 수 있다.
오드는 "프로젝트에서 냈던 싱글 곡들을 포함한 앨범이다. 올 한 해 달려온 순간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종착점이 되는 작품이라 뿌듯하고 기대 된다"고 밝혔다.
◆ LIVE and FALL
총 8곡을 담았다. '2024 엑스페리먼트 프로젝트'로 선보인 '세이브 미', '소년만화', '인스테드', '러브 앤드 피어'를 수록곡으로 실었다. '필링 나이스', '심포니', 'XH_월드_75' 등 멤버들이 작업에 참여한 신곡들도 준비했다.
노래로 희로애락을 풀어놓는다. 준한과 오드는 "모든 감정을 담아내려 했다. 타이틀곡은 '희'에 가까운 사랑에 대한 주제"라며 "다양한 감정 속에서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나이트 비포 디 엔드'(Night before the end). 가을에 어울리는 록발라드다. 건일은 "록 발라드를 내세운 건 처음이라 의미 있다. 계절 분위기에 맞는 곡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외롭고 쓸쓸한 무드와 에너지 넘치는 보컬이 대비되는 곡이다. 엑디즈 만의 독보적인 가을 감성을 전한다. 타이틀곡은 만장일치로 결정했을 정도로 자신 있다.
주연은 "작업 당시 가사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멜로디만 만들었다. 그런데도 다들 타이틀이 나온 것 같다고 확신했다. 뿌듯할 정도로 잘 나왔다"고 강조했다.
"멜로디에 이미 감정이 잘 묻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가사를 붙이는데 고생했어요. 그 정도로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박진영 PD님도 100점짜리 곡이라고 해주셨고요." (가온)
◆ "장르가 엑디즈"
밴드붐을 타고 노래들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온은 "최근 볼링장에 갔는데 저희 노래가 나오더라. 길을 가다가 저희 노래가 들려올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긴다"고 전했다.
엑디즈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곡도 전했다. 건일은 "하드한 곡을 좋아하신다면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Break the Brake), '인스테드'도 좋다. 청량한 곡은 '세이브 미', 감성적인 곡은 '굿 이너프' 추천해 드린다. 그 정도로 여러 장르가 있다"고 밝혔다.
시작부터 과감했다. 청량하고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가 아닌, '세상에 없는 음악을 하겠다'는 포부로 각자 악기를 잡았다. 지금의 목표는 우리만의 사운드를 찾는 것.
"많은 장르를 시도하는 이유는 저희만의 사운드를 찾기 위함입니다. 저희 음악은 진화하고 있고 아직도 완성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만들어질 저희의 사운드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가온)
물론 대중성을 고민할 때도 있었다. 건일은 "초창기 앨범이 매니악했다. 그때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은 사람이 들어주면 당연히 좋으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저희가 내린 결론은 6명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대중성, 매니악, 다 좋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자랑스럽고 뿌듯할 수 있는 곡을 내자는 것입니다." (건일)
◆ "강점은, 우리라는 것"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강점은, 6명 모두가 음악을 만든다는 점이다. 멤버 전원의 의견을 맞추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초반에는 많이 부딪히기도 했다.
가온은 "초창기 때는 음악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충돌하는 상황도 많았다"며 "이제는 서로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음악을 만들려 한다"고 털어놨다.
주연은 "각자 좋아하는 장르가 달라서 의견이 나뉘기도 한다. 그땐 그 장르를 잘하는 멤버한테 '이건 가온이 거니까 놀아봐'라는 식으로 밀어준다. 서로를 잘 아니까 더 장점을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다른 가치관으로 티격태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결국 합을 맞춰서 한 무대에 서야 하는 팀이잖아요. 연주를 하는 순간, '얘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풀리죠. 하하." (주연)
그래서, 엑디즈의 강점은 건일·정수·가온·오드·준한·주연, 6명이 함께라는 것.
"저희의 강점은 당연히 저희 6명입니다. 요즘도 느껴요. 저희가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바로 엑디즈 만의 느낌입니다. 이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사람이었다면 완전히 다른 색깔이었을 거예요." (건일)
◆ "세계 최강 밴드가 되는 그날까지"
계단식 성장의 좋은 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지난 4~9월까지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공연을 이어왔다. 다음 달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3회 진행한다.
공연장 규모를 2배 이상 확장했다. 가온은 "첫 콘서트를 이후 다시 입성하게 됐다. 직접 티켓팅에 참여해 봤는데 대기가 1,700석이 떴다. 저희 노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고 감격했다.
이어 "미국과 동남아 투어를 비롯해 매달 공연을 하며 많은 무대 경험을 쌓았다"며 "전보다 여유 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팀명은 히어로즈이지만, 영화 같은 비약은 꿈꾸지 않는다. 차근차근 엑디즈의 앞날을 걸어 나갈 예정이다.
주연은 "이제 겨우 뛰기 시작한 것 같다. 날아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겸손을 드러냈다. 오드는 "이유식에서 일반식을 먹기 시작한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꿈은 히어로즈답게 창대했다. 가온은 "데뷔 초의 마음 그대로 여전히 세계 최강 밴드를 꿈꾼다. 6명 모두 악기를 연주하는 풀밴드이다. 때문에 무대가 커질수록 더 멋있어질 것"이라며 더 큰 무대를 향한 도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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