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 이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경성크리처2'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현성은 선한 얼굴을 가진 배우다. 맑고 큰 눈에 수줍은 미소를 지녔다. 평소 성격도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다. 그런 그가, 빌런을 소화할 수 있을까?
"제게 승조는 변신이고 도전이었습니다. 걱정되고 부담스러웠죠. 한 순간에 싸해지는 웃음, 위협적인 표정…. 이런 건, 전에 보여드린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이었으니까요."
우려와 달리, 제대로 해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승조'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한소희, 박서준, 수현 못지 않게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디스패치'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현성을 만났다. '경성크리처2'의 악역, 승조의 이야기를 들었다.
◆ 내게 없는 얼굴을 찾았다
승조는 아키코의 아들이다. 마에다(수현 분)의 호적에 올라, 양아들이자 실험 대상으로 살아간다. 호재(박서준 분)를 믿고 따르지만, 결국 흑화한다.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어요. 정동윤 감독님께서 좋게 봐 주셨죠. 승조의 위협적인 느낌과 가면 갈수록 감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표현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셨습니다."
배현성은 승조 역으로 새로운 눈빛을 선보였다. '우리들의 블루스' 속 고등학생 현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어리바리 실습생 장홍도 등에선 볼 수 없었던 다크한 얼굴이다.
때론 강한 얼굴의 빌런보다, 순한 얼굴의 빌런이 매력적이다. 정동윤 감독도 이 점을 높이 샀다. 배현성은 "특히 승조가 무너질 때, 제 슬픈 눈을 좋게 봐 주셔서 발탁된 것 같다"고 했다.
◆ 승조, 그 빌런을 이해하자
승조는 감정 변화가 드라마틱한 캐릭터다. 전반부가 악당 느낌이었다면, 후반부는 아픈 서사가 나온다. 게다가 강력한 액션까지 선보여야 했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캐릭터를 세밀하게 이해해야 했다. 그는 "승조는 겉보기엔 괴물같고 무자비하며 폭력적이다"면서도 "하지만 속내는 약하다. 인정과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승조는 항상 '난 언제든 제거 당할 수 있어' 란 생각으로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마에다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요. 그러다 호재 형을 만나, 진심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되죠."
변곡점은 1년 전의 그날이다. "호재 형과 함께 전승제약을 없애려 하다, 마에다의 주사를 맞고 합류에 실패한다"며 "그 후로 승조에게 반항 기질이 생겨나는 것"이라 설명했다.
◆ 승조를 완성하는 법
서사를 파악하고 나니, 답이 보였다. "승조는 평소 장난스럽게 대사들을 툭툭 던진다"며 "단어 하나를 내뱉어도, 높낮이에 관해 신경썼다. 말맛을 살리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배현성의 아이디어도 디테일에 녹아 있다. 목을 꺾으며 걸어가는 장면들. "편하고, 거만해보이기 위해 생각한 것"이라며 "승조 캐릭터를 잘 살려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승조가 무너지는 장면도 제대로 해냈다. 마에다에게 주사를 맞은 후, 처음으로 상처입어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연기다. 배현성 피셜, 가장 잘 표현해낸 장면이다.
액션도 밀리지 않았다. 그는 "4~5개월 가량 연습했다. 정석적인 움직임보다 기괴한 쪽에 가까운 느낌을 냈다"며 "강력하고 흐트러짐 없는 액션을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 '경성크리처2'는, 성장의 계기
성공적인 변신이다. 액션의 맛도 봤고, 새로운 얼굴도 보여줬다. 그러나 배현성은 겸손했다. "제가 봤을 때는 부족함이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예를 들어, 장난스런 부분은 특히 더 장난스럽게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순간 싸해지면, 더욱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요."
배현성은 "그래도 연기를 하며 재미를 느꼈다. 보완할 점도 찾았다"며 "(개선해서) 또 이런 연기, 이런 악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승조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잘 해내고픈 생각도 있었고요. 시청자 분들께서 '어?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새롭네'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배현성이 '경성크리처2'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시즌 1과 2의 서사가 이어집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기존 인물들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예측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으실 거에요."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