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제 얼굴을 보세요. 너무 행복해요. 80이 다 됐지만, 청춘처럼 삽니다. 임영웅 덕분에요."(영웅시대)
가수 임영웅이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입성했다. 이틀간 약 9만 명의 팬들을 만났다. 티켓은 오픈 즉시 매진. 심지어 표도 없이 노래를 듣기 위해 현장을 찾는 팬도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현장은 북적였다. 자녀들이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엄마, 아빠, 시어머니, 시아버지, 장인, 장모를 기다렸다. 손글씨 이름, LED까지 등장했다.
김지현(29)씨는 "임영웅 콘서트 예매로 효녀 프리패스에 성공했다"고 웃었다. 김준성(47)씨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만 봐도 기쁘다. 임영웅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의 공연은 트로트밖에 없다? 마치 '이게 임영웅이다' 증명하듯, 다채로운 무대로 꽉 채웠다. 발라드, 힙합, 댄스 브레이크… 없는 게 없었다. 모두 즐기는 축제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임영웅은 '영웅적 사고'로 팬들을 이끌었다. "비 오는 날에 축구가 잘 된다. 노래도 좀 더 잘되지 않을까한다. 수중전이 재밌다"고 강조했다.
임영웅이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을 개최했다. 3시간 동안 30곡을 열창했다. 대형 공연장을 꽉 채웠다. 공중에서도 뛰면서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자랑했다. '디스패치'가 공연을 함께했다.
◆ "임영웅 입성"
"영웅시대, 소리 질러!"
임영웅이 리프트를 타고 무대에 오르자, 환호가 터졌다. 수많은 댄서들과 댄스브레이크를 선보였다. 객석을 돌아보며 팬들과 눈을 맞추고 일일이 손 인사를 건넸다.
'무지개', '런던보이', '보금자리' 등을 선곡했다. 엄청난 라이브 실력으로 압도했다. 핏대를 세우며 열창했다. 중간중간 잔망 넘치는 귀여운 댄스로 팬심을 저격했다.
특히, '런던보이'는 올림픽 개막식을 연상케했다. 대형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어르신들도 영어 노랫말(Hold me tight baby, you're my everything)까지 떼창했다.
독특한 인사가 이어졌다. 임영웅이 "밖에 있는 영웅시대 목소리 들어보겠다"고 말하자, 외부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팬들은 궂은 날씨에도 현장을 가득 채웠다.
임영웅은 "오래 기다리신 만큼 몇십 배 몇백 배 보답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방향을 돌려가며 90도로 인사했다. 시야제한석엔 가까이 다가가 따뜻하게 눈을 맞췄다.
또, '주제 파악'에 실패했다. "저희 공연장 규모가 여기가 끝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팬들은 "아니요"라고 반박했다. "영웅시대와 더 큰 꿈을 펼쳐보겠다"고 미소 지었다.
임영웅 콘서트의 묘미는 또 있었다. 임영웅이 "주변 분들과 인사 나누겠습니다"라고 말하자, 4만 명이 신기할 정도로 동시에 앞, 뒤, 좌, 우 객석을 돌아보며 인사했다.
◆ "지금은 영웅시대"
"주변 눈치 보지 말고, 자리 안에서 안전하게 춤추고 노래 불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제가 개미같이 보여도, 목소리는 넓게 퍼지잖아요. 신나게 즐겨주세요!"
임영웅은 4만 명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계단 말고"(임영웅), "엘리베이터(영웅시대) 라고 주고받았다. 후렴구 춤은 함께 췄다. 다리를 쓰는 댄스도 환호를 얻었다.
그는 '소나기', '사랑해요 그대를'을 불렀다. 무대를 이동하는 동안에도 임영웅의 시선은 영웅시대였다. 임영웅은 마이크를 넘기고, 팬들의 노래를 감상하기도 했다.
객석은 파도치듯 들썩였다. "제 말 들리죠? 아아아악! 손만 흔들고"라고 팬들을 흉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팬들의 플래카드(산삼 같은 임영웅)도 자세히 보고 읽었다.
색소폰 소리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임영웅은 '이젠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를 선곡, 초고음으로 열창했다. 팬들은 응원봉을 꼭 쥐고,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그대 고운 이름은 영웅시대(사랑)입니다"
임영웅은 즉석 개사로 사랑을 표현했다. 감격에 북받친 듯 찬찬히 돌아보며 팬들을 눈에 담았다. "임영웅, 임영웅" 팬들의 목소리가 넓은 상암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눈 뗄 수 없는 무대가 계속됐다. 연출도 감탄을 자아냈다. 임영웅은 리프트에 올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선보였다. 대형 스크린은 계속 반짝였고, 우주를 완성했다.
◆ "이래서, 임영웅"
"2층에 계신 영웅시대 분들의 눈을 맞추러 제가 갈 텐데요. 위험하니 앉아서 기다려 주시면, 제가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임영웅이 열기구를 타고 떠올랐다. '사랑은 늘 도망가'를 불렀다. 무서운 듯 줄은 꼭 붙잡았지만 팬들을 보는 게 좋은 듯 눈은 웃었다.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자랑했다.
상암벌은 대형 노래방으로 변신했다. 임영웅은 열기구를 타고 모든 구역 팬들에게 다가갔다. '사랑역', '사랑해요 그대를'은 임영웅과 영웅시대가 파트를 나눠 불렀다.
"임영웅, 임영웅" / "영웅시대, 영웅시대"
임영웅은 자신을 호명하자 팬클럽 이름을 외쳤다. '바램'도 선곡했다. "자 우리"(임영웅) 선창하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팬들이 후창했다.
영웅시대는 VCR 화면과도 소통했다. 임영웅이 영화 속, "시월아"(강아지)를 외치자 대뜸 객석에서 "네!"라고 답했다. 그는 팬들의 귀여운 면모에 웃음을 터뜨렸다.
돌출 무대로 이동했다. '온기', '우리들의 블루스'를 택했다. '모래 알갱이'는 경기장 바닥도 연출 배경이 됐다. 파도가 일렁였고, 팬들은 응원봉으로 물결을 만들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무대를 이었다.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열창했다. 휘파람도 라이브로 선보였다. 탄탄한 3단 고음에 객석은 또 한 번 일렁였다.
◆ "나를 믿고 가"
임영웅은 틈틈이 팬들의 건강을 챙겼다. "춥지 않으시냐",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진행요원에게 말해달라", "초콜렛도 나누고, 어깨도 서로 주물러주자"고 다독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영웅시대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다. 임영웅의 함성+파도타기 요청에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그는 "역시 영웅시대 단합력 좋다"고 감탄했다.
또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를 선곡, 이동 중에도 엄청난 성량을 자랑했다. 엄마 댄스, 엄마 떼창을 이끌어냈다.
임영웅 표 애교는 계속됐다. 스크린에 덥수룩 수염에 곤룡포를 입은 '옹조'로 등장했다. "영웅시대, 앞으로도 영웅이랑 건행국에서 백년해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 같이 풍악을 울려라!"
아쟁 소리가 흘렀다. 웅조(임영웅)가 선글라스를 끼고, 신하를 거느리고 등장했다. '아비앙또'에서 랩을 쏟았다. '두 오어 다이'는 긴 팔다리를 활용한 안무가 돋보였다.
"나를 믿고 가. 준비됐어요? 뛰어! JUMP JUMP!"
'홈'은 팬들의 칼군무도 인상적이었다. 임영웅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열창, 선글라스가 떨어질 정도로 춤췄다. '히어로'는 기차놀이하듯 댄서들과 운동장을 누볐다.
◆ "별빛 같은 사랑"
임영웅이 준비한 무대는 모두 끝났다. 팬들은 "임영웅, 임영웅"하고 외쳤다. 임영웅은 팬들의 부름에 보답하듯 스크린에 편지를 띄웠다. 바닥엔 영상쇼가 펼쳐졌다.
"제가 유일하게 빛나는 순간은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제 곁을 변치 않고 지켜준 게 누구인지, 여전히 작은 점에 불과한 저를 큰 우주로 만들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저는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겠습니다."
'별빛 같은 사랑아', '서울의 달', '인생찬가'를 불렀다. 굵은 빗방울을 맞으면서도 팬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짱짱한 라이브 실력이 느껴지는 밴드 라이브를 펼쳤다.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임영웅은 고생한 스태프도 잊지 않았다. 158명의 댄서, 밴드, 스태프 등 한팀 한팀 짚었다. 특히, 전날 어르신을 업고 고층 계단을 오른 진행요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무엇보다 이 무대를 만들어주신 건 영웅시대 가족 여러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객석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한동안 엎드려서 일어나지 않았다. 팬들과 사진을 찍고, 행복한 순간을 기념했다. 또 한 번 "임영웅", "영웅시대"를 서로 외쳤다.
"이곳이 우리들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웅시대와의 또 다른 시작일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건!행!"
<사진제공=물고기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