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사실 박서준은 이병헌 감독을 기다렸다.
정확히 말해, 그의 말맛 영화를 기대했다. 그도 그럴 게, 이병헌은 영화 ‘스물’과 ‘극한직업’으로 말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증명한 감독이다.
그러나 ‘드림’은 달랐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소외계층을 다루기 있기 때문에 너무 희극적으로 다가갈 수는 없었습니다.’(이병헌 감독, 시사회 中)
대본을 펼친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병헌 감독은 진화해 있었다. 말맛 대신, 따뜻하고 뭉클한 메시지로 마음을 뺏었다.
“‘드림’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요. 말의 재미보다 더 중요한 건, 말이 주는 메시지였다는 걸 깨달았죠.”(이하 박서준)
그래서 ‘드림’의 힘은 메시지다.
‘디스패치’가 박서준을 만났다. 그의 노력, 성장, 그리고 드림(꿈)을 들을 수 있었다.
(※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노력 | 진짜 축구선수
‘드림’은 지난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첫 출전한 한국팀의 도전기를 그린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는,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박서준은 선수이자 감독을 모두 소화했다. 국가대표로 뛸 땐 투혼, 그 자체였다.
박서준은 “처음 시나리오에는 ‘직업이 축구 선수’ 정도로 설명돼 있었다.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축구를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장 먼저 체력을 길렀다. 하체 위주의 트레이닝과 반팔 라인에 맞춰 태닝도 했다. 조기축구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공에 대한 감을 찾아나갔다.
“골대에서 골대 거리가 135m 정도 된대요. 경기장에서 강하늘을 따라잡는 장면은 수십 번을 뛰었습니다. 절반만 뛰어도 숨이 차더라고요. 모든 선수를 존경하게 되는 순간이었죠.”
그의 축구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상대편의 태클에도 공을 지키며 골대를 향해 달렸다. 시사회에선 ‘축구 경기 장면이 CG가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을 정도.
박서준은 “카메라 무빙 덕분에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인 것 같다”면서도 “축구선수인데 뛰는 폼이 엉성하거나 공을 못 차면 몰입이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성장 | 진짜 감독
박서준은 2번째 롤도 훌륭하게 소화했다. 바로 축구 감독. 홍대는 오합지졸 홈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다.
잠깐, ‘홈리스 월드컵’의 게임 룰 먼저 보자. 일반 축구와는 조금 다르다. 선수 5명이 출전, 이 중 수비수 1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권을 갖게 된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경기다. 때문에 모두에게 골을 넣을 기회를 주겠다는 것.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게임 룰에 대해 듣고, 마인드 세팅이 됐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뛰고 있으며,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이끌어야 할지 단숨에 이해됐다.
“홈리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죠.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통의 인생들이더라고요. 이기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뜀으로 모든 걸 설명했습니다.”
박서준은 분명 주인공이다. 그러나 ‘드림’에선 홈리스 축구단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최고령 선수 환동(김종수 분), 딸바보 효봉(고창석 분), 말 못 할 비밀을 숨긴 영진(홍완표 분) 등….
각자의 사연을 풀어나간다. 박서준은 이들을 한 데 모아 중심을 잡았다. “애드리브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돋보이려하기 보단, 대본에 충실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 드림 | 골망 흔들까?
‘드림’은 확실한 상반기 기대작이다. ‘말맛’ 코미디의 대가 이병헌 감독의 신작. 여기에 박서준과 아이유의 첫 연기 호흡.
다르게 말하자면, 능숙하다. 이병헌 표 허를 찌르는 코미디, 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클리쉐로 잡은 감동, 대세 배우들의 조합.
이번엔 신선함보다 아는 맛에 가깝다. 이병헌 표 말맛보단, 희망의 메시지가 더 강하게 와닿는다. 한마디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이 감독의 취지에는 맞다. 그는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소외 계층을 다루기 때문에 너무 희극적으로만 다가갈 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서준은 “이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감독님만의 장르가 분명히 묻어 있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이 감독 특유의 대사를 살리기 위해 1.5배 빠르게 소화했다. 아이유(소민 역)와의 티키타카도 인상적이었다.
“극 중 아이유 씨에게 투덜거리지만, 결국엔 설득당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로 리액션에 신경 쓰면서 연기를 했습니다. (아이유가) 표정을 굉장히 잘 살려줘서 재미있는 호흡이 나온 것 같습니다.”
◆ 꿈 | “도전에 목마르다”
박서준은 흥행배우다. 그동안 해온 대부분의 작품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 됐던 건 아니다. 계속되는 낙방에 입대를 선택하기도 했었다.
“데뷔할 때 제 목표는 ‘많은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자’는 거였습니다. 10년이 지나고 보니, 감사하게도 목표를 이뤘네요. 하하.”
박서준은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았다. 그의 대표작에는 유독 성장물이 많다. 영화 ‘청년경찰’, KBS-2TV ‘쌈, 마이웨이’(2017년), JTBC ‘이태원 클라쓰’(2020년) 등.
늘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며 “항상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것이 제 꿈”이라고 강조했다.
박서준은 ‘이태원 클라쓰’(2020년) 이후 쉬지 않고 촬영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부딪혔다. ‘드림’ 역시 4년 만에 개봉한다.
“항상 촬영했는데, 보여드릴 수 없었습니다. 혹평이든 호평이든 어떠한 반응도 받지 못했죠. 그래서 무기력함 속에 살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개봉을 앞두니, 당연했던 것들이 소중함으로 다가오네요. 부담을 내려놓고 이 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가장 큰 도전도 앞두고 있다. MCU에 합류한 것. 오는 11월 ‘캡틴 마블’ 후속 ‘더 마블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얀 왕자로 등장할 예정이다.
그는 “저도 마블 진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정말 열심히 하고 왔다”며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속 시원히 말씀드릴 때가 올 것”이라고 짤막한 소감을 덧붙였다.
<사진제공=어썸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