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로스앤젤레스(미국)=박혜진기자] “제 꿈은 5년 안에 엄청 큰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거예요!" (2018년)
현진이는 5년 전, 스타디움 무대를 꿈꿨다. "멤버들과 다같이 그렇게 큰 무대에 서보고 싶다”며 (막연한) 꿈을 이야기했다.
'스트레이 키즈'가 3일(한국시간) 꿈의 무대에 올랐다.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LA) 스타디움에 섰다. 정확히, 데뷔(2018년) 5년 만에 꿈을 이루어냈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2번째 기록이다.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 지금껏 BTS만이 유일하게 북미 스타디움을 채웠고, 그 뒤를 스키즈가 이었다.
현진은 '디스패치'와 만난 자리에서 "신인의 패기로 말했던 꿈이 5년 만에 현실이 됐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아니 믿을 수 없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트레이 키즈가 2번째 월드투어 ‘매니악’을 마무리했다. 210분의 무대를 (전곡) 자작곡으로 수놓았다. 18개 도시 42회 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확인했다.
◆ 스키즈, 꿈에 다가서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 2019년, 미국에 첫 발을 내딛었다. 시작은 쇼케이스였다. 3개 도시에서 4회 공연을 했다.
2020년에는 월드투어를 열었다. 당시 투어의 피날레도 로스앤젤레스였다. 그때는 시어터에서 무대를 펼쳤다.
그리고 2023년. 이번에는 앙코르 콘서트로 스타디움에 입성했다. 당초 1회 예정이었으나, 전석 매진으로 회차를 추가했다.
멤버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다. 창빈은 ‘디스패치’에 “스타디움 공연은 앞으로 저희의 활동에 있어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노는 “달을 보면서 공연할 수 있다니 뿌듯하다”며 “1년 동안의 무대들이 스쳐지나간다. 더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승민은 “가수로 살면서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꿈같은 일”이라며 “아직 안 믿긴다. 신기하고 꿈같다. 황홀한 기억이다”고 기뻐했다.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어요. 언젠가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었거든요. 한발 더 다가간 것 같아요. 감동입니다.”(한)
◆ STAY, 스키즈에 다가가다
팬들은 공연 6시간 전부터 공연장을 채웠다. 스키즈를 직접 만나기 위해 미국 각 주에서 모여들었다.
다리안(24, 애틀랜타)은 “6시간이 걸려서 이곳에 왔다. 스트레이 키즈를 보기 위해서 처음으로 LA를 찾았다”고 기뻐했다.
‘신메뉴’, ‘소리꾼’ 등 무대 의상 코스튬을 입은 팬들도 볼 수 있었다. 한국어가 적힌 앞치마를 두르고, 멤버들의 본명이 적힌 머리띠를 썼다.
레이첼(21, 캐나다)은 “1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스트레이 키즈, LA에 온 걸 환영한다. 당신들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가수의 그 팬이었다. 미국 스테이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긴 기다림에도 지치는 법이 없었다. 공연장 밖에서 노래를 틀고 함께 춤을 췄다.
린지(25, 샌디에고)는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는 춤추기에 정말 딱이다”며 “그들의 안무는 사람들을 정말 열광케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와이에서 온 마헤아라니(23)는 “데뷔 때부터 스테이였다”며 “그들이 오늘 스테이와 어떻게 호흡할지 기대된다. 콘서트를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 "무대 맛집에 오셨습니다"
드디어, 스트레이 키즈가 무대에 올랐다. 스키즈의 등장에 스테이는 함성을 내질렀다. 거대한 스타디움이 흔들릴 만큼, 뜨거웠다.
이날, 어느 누구도 (좌석에) 앉지 않았다. 현지 팬들은 전체 기립해서 스키즈를 맞았고, 3시간 내내 서서 공연을 즐겼다.
첫 무대부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필릭스가 “렛츠고”를 외쳤고, ‘매니악’으로 포문을 열었다. ‘매니악’을 외칠 때마다, 팬들은 함성을 질렀다.
‘강박’으로 무드를 확 바꿨다. 멤버들은 빨간 불빛 아래 누운 채, 목에 초커와 줄을 매달았다. 치명적인 눈빛으로 춤을 췄다. 섹시한 매력으로 홀렸다.
이 곡은 방찬과 현진의 유닛곡이다. 이번 공연에서 8인 버전으로 퍼포먼스를 구성했다. 한층 강한 스트링과 일렉 기타 사운드로 거친 느낌을 냈다.
데뷔곡도 들려줬다. 5년 전보다 여유로워진 ‘디스트릭트 9’였다. 방찬이 날아올랐고, 한은 폭발적인 고음을 냈다. 팬들은 랩 파트까지 따라불렀다.
‘차머’는 다양한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개별로 계단식 리프트에서 춤을 췄다. 단체 원형 안무로는 그루브를 선보였다. 필릭스의 깜짝 복근 공개는 보너스였다.
◆ "가장 한국적인, 가장 세계적인"
하이라이트는, ‘소리꾼+도미노+신메뉴’ 3종 세트다. 3곡을 연속으로 달렸다. 라이브 밴드 연주로 편곡한 버전을 준비했다.
한국 전통 의복을 재해석한 황금빛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현진이가 현대무용으로 ‘소리꾼’의 시작을 알렸다. 북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
한국적인 사운드에 미국인들은 가장 열광했다. 모든 악기가 멈췄고, 창빈이가 무반주로 랩을 꽂았다. 마이크를 뚫는 발성으로 스타디움을 채웠다.
솔로곡도 알차게 준비했다. 창빈은 “바람이 불어서 춥지만, 덥게 해드리겠다”며 ‘사이퍼’를 불렀다. 숨쉴틈 없는 랩을 선보였다.
현진은 ‘러브 언톨드’를 열창했다. 그리운 감정을 록과 힙합 사운드로 표현했다. 보코더(Vocoder)를 활용해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아이엔은 에릭 베넷의 ‘스틸 위드 유’를 불렀다. 연습생 때 즐겨부르던 노래를, 스타디움에서 다시 불렀다. 방찬은 ‘커넥티드’로 부드러운 매력을 보여줬다.
유닛 무대도 볼거리였다. 방찬, 리노, 승민, 아이엔은 ‘피어난다’로 청량함을, 창빈, 현진, 한, 필릭스는 ‘머디 워터’로 시크한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한의 속사포랩이 인상적이었다.
◆ Always, STAY with 스키즈
이번엔 스테이 차례였다. 무대가 암전됐다. 화면에는 전세계 팬들이 스트레이 키즈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떴다.
한 팬은 “그들은 제가 저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제 어두운 날을 행복하게 해줬고, 제 마음을 밝음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스테이는 “스트레이 키즈는 저의 영원한 집”이라며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 같다. 편안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팬은 “스트레이 키즈는 제가 더이상 길을 잃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팬들은 나침봉으로 스타디움을 물들였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할거예요’(Always stay with you)라는 슬로건을 펼쳤다.
조명이 켜졌지만, 멤버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팬들을 바라봤다가, 하늘을 바라봤다가, 생각에 잠겼다.
멤버들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언제나처럼 "Stray Kids Everywhere All Around the World”를 외쳤고, 스테이는 “You make Stray Kids stay!”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이 키즈가 스테이에게 전하는 진심이다.
“저 빛나는 달 보여요? 그보다 스테이가 더 빛나요. 오늘 밤은 저희에게 최고의 날 중 하나예요. 잊을 수 없어요. 여러분의 지지와 사랑은 큰 힘이 됩니다. 늘 스트레이 키즈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어 주세요.”(방찬)
“1년간의 투어가 끝났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여러분을 오랫동안 못보게 될까봐 걱정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네요. 언제나 저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더 좋은 사람이 될게요.”(리노)
“여러분은 항상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요. 오늘도 어김없이요. 여러분은 늘 제 목표를 더 높게 만들어요. 스테이에게 더 자랑스러운 존재였으면 하거든요. 사랑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스테이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한)
“오늘은 오래도록 평생 기억에 남을겁니다. 꿈이 하나 있어요. 많은 분께 저희 공연이 ‘재밌어서 또 와야지’, '가치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거예요.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만나요. 사랑해요!”(아이엔)
“한 가지 확실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많은 스테이와 한 가족이 되어간다는 거예요. 스테이는 엄청난 선물이예요. 이 마음을 어떻게 여러분께 돌려드려야 할지…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필릭스)
“모두 즐거우셨나요? 이번 투어의 모든 공연은 우리 스테이를 위해 준비했어요. 특별한 공연이었죠. 이 공간을 가득 채워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잊지 않을게요. 사랑합니다.”(현진)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기분 좋은 중압감은 잊지 못할 거예요. 저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약속할게요. 더 멋진 앨범과 투어로 곧 돌아올게요.”(승민)
“스테이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짜릿했고, 또 신기했어요. 모든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저희의 음악에 동기부여와 영감이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여러분의 삶에도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창빈)
<사진=로스앤젤레스(미국) | 이승훈·민경빈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