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9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는데요. 유서에는 성형외과의 악습인 '유령수술'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직적으로 시행된 유령수술의 온상에서 나는 더 있을 수 없었다" "직원들 모두 유령수술을 알고 있었으나 점차 둔감해졌다" -유서 내용 中
유령수술은 환자가 마취로 잠든 사이 수술을 하기로 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수술하는 행위로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입니다.
성형외과 내 유령수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5년 3~4월 동안 38건의 피해 신고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접수됐을 정도죠.
2012년에는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약 1년 동안 33차례나 치과의사에게 대신 수술하도록 해 1억 5천여만 원의 이익을 취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유령수술이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인데요. 성형외과 유명 전문의가 수술한다며 특진비를 받은 후 급여가 적은 비성형외과 의사를 투입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국회입법조사처는 2000년대 의료광고 규제 완화와 미용성형에 대한 외국인 수요 증가가 맞물려 수용 가능한 수술을 초과해 진행한 것이 유령수술 발생 배경이라 추정합니다.
이에 2015년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의무 설치가 아닌 자율 설치에 그쳐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죠.
한국환자단체 양기종 대표는 "CCTV 강제 설치가 유령수술 근절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수술 부위를 촬영하지 않기에 의사와 환자의 인권 침해 문제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성형외과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CCTV 설치는 큰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CCTV가 찍히지 않는 곳으로 유령의사가 들어오는 등 다양한 편법을 통해 조작이 쉽다는 것입니다.
의사회는 포상금을 통해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라 말합니다. "폐쇄된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유령수술의 경우 결정적 증거 확보가 가능한 것은 내부고발 뿐"이라는 설명이죠.
그러나 포상금 제도 역시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양 대표는 “상담 실장부터 수술 의사까지 모두 유령수술에 공모하고 있어 내부 고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결국 유령수술을 피하기 위해서는 환자나 환자 가족이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값싼 수술비를 강조하는 병원은 알아서 피하고, 보호자가 수술실을 지키라는 것이죠.
이에 유령수술을 방지하자며 수술실을 지킬 사람을 구한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술 중 집도의가 교체되는지 수술실 입구에서 감시하는 방식입니다.
법률사무소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유령수술 근절을 위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근본적 대책은 의사들이 의료윤리를 지킨다는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내부 고발이 사회에 작은 변화를 위한 주춧돌이 되길 희망한다" -유서 내용 中
일부 의사들의 '눈속임'에 환자들의 걱정은 크기만 한데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의료계 스스로 의료 윤리를 강조하는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이학준 이한나 인턴기자
<<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