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고려아연은 '호구'일까, '타짜'일까.
주주 입장에서 보면 '호구'에 가깝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화와의 지분 거래다. 고려아연은 2022년 11월, 자사주 1.2%를 한화 자사주 7.25%와 맞바꿨다. 거래가치는 약 1,568억원이었다.
당시 두 회사는 전략적 사업 제휴를 강조했다. 수소 밸류체인·탄소포집·자원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준비했다. 고려아연은 한화의 수소발전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데 2024년, 상황이 달라졌다.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것. 주당 2만 8,850원(1,568억 원)에 취득했던 주식을 주당 2만 7,950원(1,519억 원)에 넘겼다.
지금까지 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화 주가(2026년 10월 19일)는 10만 7,300원이다. 고려아연이 계속 보유했다면 평가액은 4,907억 원. 결과만 놓고 보면, 3,387억 원의 잠재적 평가 차익을 놓친 셈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다. 고려아연은 당시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자금 부담이 커졌다. 한화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2024년, 정말 돈이 없었을까.
고려아연은 그 이전부터 눈먼 돈을 뿌리고 있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친구, 지창배가 만든 원아시아 펀드 8개에 5,631억 원을 출자한 것. 한 마디로, 지창배의 금고 역할을 한 셈이다.
문제는, 회수 가능성이다. 원아시아 펀드에 투입된 자금 5,769억 원 중에 회수된 금액은 523억 원 (2023년 9월 기준). 특히, 지창배가 주도하는 엔터 관련 투자는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일례로, 원아시아는 가요 기획사 '하이헷'에 320억 원을 태웠다. 드라마 제작사 '슬링샷'에 80억 원, '아크미디어'에 290억 원을 넣었다. 하지만 앞선 두 회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결국, 고려아연은 (사업적 연관성도 없는) 가요 기획사와 드라마 제작사 등에 대한 투자로 최소 7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날렸다. 그들은 왜 이런 무리수 투자를 강행했을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최윤범 회장의 '깐부'들이 있다.
'디스패치'가 아크미디어 주주명부(2021년)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지창배(2.55%), 김동관(한화家·10.18%), 이인옥(조선내화家·3.56%), 정유희(현대家·3.79%), 윤관 측(LG家·2.55%) 등이 아크미디어 주주로 올라 있었다. 같은 해 6월 명부에는 최윤범 측 일가 3명이 7.26%를 들고 있었다.
최윤범과 지창배는 경기초·청운중 동창이다. 최윤범과 김동관은 세인트폴 스쿨 동문. 최윤범과 김신한은 앰허스트 칼리지 동문이다. 최윤범과 윤관은 경기초 동문. 정유희는 정주영 회장의 손녀다.
이 투자자들은 최윤범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한화그룹(김동관)은 고려아연 지분 약 7.7%를 갖고 있다. 조선내화(이인옥)는 0.2%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관 측도 0.7%를 소유했었다.
재벌 3세들은 왜 제작사에 투자했을까.
드라마 제작사는 부익부빈익빈의 축소판이다. 통장에 잔고만 있으면 제작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제작비가 부족한 작품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 매출을 찍는 방식이다.
아크미디어는 원아시아 자금으로 통장을 채웠다. 그 돈으로 '그리드', '카지노', '삼식이 삼촌' 등에 투자했다. 제작비를 선지급하고, (디즈니에서) 후정산을 받으며 몸집을 키웠다.
최윤범 회장의 선행투자 의혹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지창배가 판을 짜고, 최윤범이 키워주는 그림. 실제로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 돈이 뒤늦게 투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아시아의 실체가 드러나며 물거품이 됐다. 뒤이어, '돈맥경화'까지 찾아왔다.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영업손실은 -106억이다.
아크미디어는 어떻게 몸값을 키웠을까. 엔터시장의 거품을 이용, 오버 밸류 작업에 들어갔다. 그 모든 수혜는 최윤범과 지창배, 김동관, 이인옥, 윤관 등에게 돌아갈 '뻔' 했다.
아크미디어의 '뻥튀기' 과정을 살펴 보자. 원아시아는 2022년 9월, 카카오엔터의 골칫거리, '그레이고' 지분(42.53%)을 약 1,000억 원(구주 500억, 신주 500억)에 떠온다.
카카오엔터는 그 돈(매각대금)의 일부를 아크미디어에 넣었다. 이때, 1주당 가격을 3,838만 원으로 책정했다. 1조 밸류로 평가한 것. 그렇게 1,302주를 500억에 샀다.
최윤범이 아크미디어에 최초 투자한 전환사채의 주당 전환가는 25만 원이다. 그는 뻥튀기 덕분에 153배의 이익을 노릴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김동관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백일몽을 꿨다. 김동관이 갖고 있던 주식수는 1,600주. 그의 지분 가치는 당시 614억 원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물거품이 됐다.)
2023년의 아크미디어는 그들만의 놀이터였다. 원아시아가 (카카오와 함께) SM 인수전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 판에서 최소 15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다시, 고려아연은 호구일까 타짜일까.
고려아연 주주 입장에서 보면, 전자에 가깝다. 하지만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를 했다. 그도 그럴 게, 최윤범은 원아시아 펀드에 투입된 회삿돈으로 개인의 이익을 추구했다.
심지어, 고려아연(원아시아) 돈으로 친구들의 재산까지 신경 썼다. 김동관, 이인옥, 윤관 등이 백기사로 활약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든 것. 최윤범 입장에선, 타짜의 승부수다.
<사진=이승훈기자(Dispatch), 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