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구민지기자] "내가 대장님이랑 얼마나 친한지 알겠지?"
임혜동이 현역 프로야구 선수 A씨에게 동영상을 꺼냈다.
"이거 봐봐. 제주도에서 대장님과 이렇게 놀았어. 레전드랑 맞팔도 했잖아. 부럽지?" (임혜동->A씨)
2022년 1월, 임혜동은 류현진을 '대장'이라 불렀다. 그는 친분의 증거로 제주도 동영상을 활용했다.
그리고 1년 뒤, 이 동영상은 협박의 무기가 됐다.
A씨는 '디스패치'에 "불과 1년 전에 자랑하던 그 영상이 협박용으로 쓰였다"면서 "(내게) 100억 원을 받을 거라 말하는 모습에 손절했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제주도에서 생긴 일을 추적했다.
# 새 임무
임혜동은 '에이스펙'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는 김하성을 상대로 협박을 했다. (2021년 12월 30일 2억 원을 뜯어냈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다. 그의 입이 무서웠다. 그래서 맡긴 새 임무는, 류현진 한국 로드 매니저. 제주도 캠프 운전을 맡겼다.
# 전지훈련
류현진이 제주도로 향했다. 전지훈련 장소는 서귀포 강창학 공원야구장. 그는 한화 이글스 선수들과 새 시즌 담금질을 시작했다.
임혜동도 동행했다. 그의 일은 한 마디로, 운전기사. 호텔→훈련장→호텔을 책임졌다. 물론, 훈련 이외 시간도 함께 보냈다.
# 호텔방
2022년 1월 8일 토요일, 휴식일이다. 류현진, J선수, K선수, L코치, 임혜동이 술자리를 가졌다. 장소는 켄싱턴 호텔, 임혜동의 방.
집합 금지 기간(코로나)이다. 외부에서 4사람 이상 모일 수 없었다. 선수들은 호텔로 회 등을 배달시켰고, 소맥(소주+맥주)을 말았다.
# 술자리
임혜동은 술자리 주사가 있는 편이다. 술만 마시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스타일.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임혜동의 허세템은 주량.
"임혜동이 주량을 자랑했습니다. '내가 술이 제일 세다'며 비아냥거렸죠. 임혜동의 막말이 심해지자, 류현진이 나섰고요." (관계자)
# 골프채
시작은, 장난이었다. (임혜동 역시 고소장에 '처음에는 장난이었다'며 사건 경위를 썼다.) 마치, 임혜동을 눕혀놓고 곤장을 치는 모습?
'디스패치'가 문제의 영상을 확인했다. 류현진이 골프채(아이언)로 임혜동의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길이는 5분 남짓.
"니 죄를 니가 알렸다" (류현진)
# 엉덩이
임혜동이 침대에 엎드렸다. 엉덩이를 내밀었다. 류현진은 아이언을 들었다. 임혜동이 노래를 부르자, 류현진이 그립 부분으로 (엉덩이를)쳤다.
임혜동 : I got a boy~ I got a boy
류현진 : 너 괜찮아?
임혜동 : 형 소주 못 마시잖아요.
J : 나 못 마시지.
임혜동 : 근데 왜 그래요?
J : 너한테 졌어. 진짜 혜동아
임혜동 : 형은 진짜 저한테 져요
류현진 : 다리 모아봐
J : 똥X 힘 빡줘~ 그렇지
임혜동 : 똥X 띠~ (영상 대화 中)
# 분위기
분명, 문제가 될 장면도 있었다. 임혜동이 팬티를 내린 것. 류현진이 아이언 헤드를 엉덩이 사이로 가져갔다. 이어, '똥침'을 하듯 문질렀다.
그러나 누구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임혜동이 "아" 소리를 냈지만, 그 역시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폭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 개인 소장
실제로, 임혜동은 술자리 영상을 개인 소장했다. 그리고 이 영상을 친분 과시템으로 사용했다. "나 (류현진과) 이만큼 친하다"는 인증.
'야구선수' A씨는 '디스패치'에 "내게도 자랑한다며 전송했었다"며 "친하다고 자랑하던 영상이 협박용으로 쓰일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 스타트
2022년 12월 31일. 임혜동이 (김하성으로부터) 나머지 2억 원을 입금 받았다. 그렇게, 2년에 걸쳐 총 4억 원을 뜯어냈다.
2023년 3월. 고작 4개월이 지났다. 임혜동은 류현진 측에 연락했다. 해당 영상을 보내며 "성적 수치심이 든다"고 말했다.
# 덜미
임혜동은 류현진 측을 압박했다. 폭행 및 성폭력(성적 수치심)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3억 원 이상을 받아냈다.
경찰은 그 과정에서 협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김하성 사건을 수사하며 임혜동의 협박성 메시지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 2023년 12월 1일
임혜동이 지난해 10월, 김하성을 다시 협박했다. 김하성은 맞불을 놨다. 임혜동을 공갈 및 협박 혐의로 신고한 것.
미스테리는, 임혜동의 다음 행보다. 임혜동은 12월, 그날 호텔방에 있던 J선수, K선수, L코치를 폭행 및 방조 혐의로 고소했다.
# 속내
임혜동의 목적은 무엇일까. 법조계 관계자는 협박 수사에 대한 대비책으로 분석했다. 돈을 뜯어낸 게 아니라, 정당한 보상금이라는 명분.
한 변호사는 '디스패치'에 "나는 협박범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뒤늦게 (동석자를)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팩트
여기까지가, 류현진 협박 사건의 타임라인이다.
류현진이 골프채로 (임혜동) 엉덩이를 때린 건 맞다. 장난이든, 체벌이든, 폭행은 피할 수 없는 팩트다.
단, 돈을 받는 과정에서 "언론에 알리겠다"는 식의 발언이 되풀이다. 임혜동도 공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PS
임혜동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2015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했다. 계약금 6,000만 원. 연봉은 2,700만 원이었다.
그는 이듬해 방출됐다. 하지만 김하성과 류현진을 상대로 뽑아낸 돈은 7억 원 이상. 투수로는 실패했지만, 협박으로는 두 빅리거를 돌려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