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송수민·박혜진기자] 장자연은 이용당했다.
'더컨텐츠' 김종승 대표는 (장자연을) 술자리에 불렀다. 이미숙과 유장호는 (장자연 문건으로) 소송을 준비했다. 이명박 정권의 촛불 재판 개입 논란은 (장자연 사건에) 묻혔다.
장자연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용당했다.
2019년, 윤지오가 나타났다. 그는 스스로를 '유일한 증언자'라 칭했다. 장자연 사건으로 책도 냈다. '13번째 증언'이란 제목을 달았다.
윤지오는 '목숨 걸고' 싸운다고 말했다. 미행이 붙었고, 사고를 당했고, 거처를 옮겼고, 소음이 들렸고, 냄새가 났고, 문이 고장 났고… 등을 주장했다.
"친한 사람 그 이상이죠. 가족을 위해서도 목숨 걸고 이렇게 안 합니다. 제정신이야?" (윤지오 라이브 방송)
윤지오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걸까.
윤지오의 공은 분명하다. 장자연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덕분에) 과거사위 진상조사는 2개월 연장됐다.
하지만 그의 (과거) 진술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윤지오의 진술은, 조희천을 '무혐의'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당시 조희천은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윤지오의 증언은 결정적인 게 없다. 오히려 피의자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이 더 많았다.
일례로…
"장자연이 가는데 혼자만 빠질 수도 없었다. 술자리에 참석해 보니 득이 되는 것도 없었지만 술을 따르게 하는 것도 아니어서...." (검찰 진술 요약)
그래서 검찰은, '더컨텐츠' 김종승 대표에게 강요 및 강요미수의 죄를 물을 수 없었다.
'디스패치'는 윤지오의 과거 진술을 다시 살펴봤다. 경찰 및 검찰 진술 조서, 경찰 대질 신문, 법원 증인 신문 조서를 확인했다.
◆ 김종승 :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장자연 사건의 출발은, 그녀가 남긴 '문건'이다. 장자연이 유장호 사무실에서 직접 작성한 사실 확인서. 이미숙의 전속계약위반 소송에 쓰일 자필 문서였다.
장자연은 이 문건에 "김종승 사장님의 강요로 얼마나 술접대를 했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라고 썼다. 경찰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김종승에게 강요 및 강요 미수,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를 물었다.
윤지오는 장자연 술자리와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경찰 : 김종승 대표가 참석하라는 술자리에 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윤지오 : 일정이 있거나 아프다고 하면 알았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못 나가는 경우에는 약간의 화를 내기도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경찰 :그럴 경우 김종승 대표가 폭언을 하거나 폭행한 사례가 있는가요?
윤지오 :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경찰 : 술좌석에서 술을 따르게 하거나 육체적 접촉을 하거나 브루스를 추도록 강요하진 않았는가요?
윤지오 : 김종승 대표는 저와 자연 언니에게 술을 절대로 따르지 못하게 했고 춤을 강제로 추도록 한 적은 없습니다. 어떤 손님이 브루스를 추자고 하자 김 대표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높은 사람(IT업체 회장)이 왔을 때 눈치를 줘서 술을 따라준 적이 있습니다. (2009.03.15)
윤지오는 2회 참고인 조사에서 '술 시중'에 대해 정의했다.
경찰 : 진술인(윤지오)이 알고 있는 술 시중은 어떤 건가요?
윤지오 : 김종승 대표 일행들이 술을 마시는 자리기에 저와 자연 언니가 김 대표 옆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술 시중입니다. 전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술 시중의 개념이 술좌석에 같이 있으면 술 시중을 드는 것으로 말한 겁니다.
경찰 : 술 시중이라는 건 술집에서 여종업원이 손님에게 술을 따르거나 가무를 즐기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 뜻 아닌가요?
윤지오 : 술을 따르진 않았지만 그곳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면서 가무를 즐긴 건 사실입니다.
경찰 : 술집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출 때 강요에 의해 했는지 스스로 했는지 진술하시오.
윤지오 : 대표님이나 손님들이 저와 자연 언니에게 노래나 춤을 추도록 하였는데. 그런 자리에서 노래와 춤을 추고 싶어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2009.03.18)
그때 목격한 장자연은 어땠을까.
경찰 : 김종승 생일에 장자연이 테이블에 올라가서 춤을 췄다고 하는데 평상시에도 테이블에 올라가서 춤을 추는가요?
윤지오 : 자연 언니가 테이블에 올라가서 춤을 추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날은 대표님 생일이기 때문에 자연 언니 스스로 테이블에 올라간 것입니다. (2009.03.18)
검찰 : 장자연이 어떻게 춤을 췄는지 기억하나요?
윤지오 : 테이블 위에서 치마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등으로 좀 야하게 춤을 추었습니다.
검찰 : 장자연이 테이블 위에 올라간 이유가 무엇인가요?
윤지오 :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런 장면을 처음 봐서. (2009.07.25)
물론, 윤지오는 술자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설명했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했다.
검찰 : 김종승에게 폭언, 폭행, 협박을 받고 약속 장소에 나간 경우가 있는가요?
윤지오 : 김 대표님이 욕하거나, 때리거나,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소속사와 계약이 되었기 때문에 나가지 않으면 피해가 올 것 같아 참석을 한 것이지, 제가 좋아서 참석한 것은 아닙니다. (2009.07.08)
검찰은 김종승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강요 및 강요 미수 등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 윤지오의 진술만으론 "폭행 또는 협박으로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수원지방검찰청의 불기소 결정서다.
윤애영(윤지오)은 장자연이 가는데 혼자만 빠질 수도 없었고, 참석해 보니 득이 되는 것도 없지만 술을 따르게 하는 것도 아니어서 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피의자의 변명에 일부 부합한다.
윤애영은 경찰에서 전속 계약상의 위약금 1억 원이 부담되어 술자리에 나갔다는 취지의 진술도 하였으나, 술자리 참석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고, 위약금 조항도 연예 활동과 관련된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피해자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에 '술접대 강요'라는 문구가 있기는 하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와 윤지오의 진술만으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다거나, 상대방 양옆에 앉혀 술을 따르고 유흥을 돋우도록 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
◆ 조희천 :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2008년 8월 5일, 김종승 대표의 생일파티. 장자연이 가라오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춘, 그날이다. 당시 참석자는 김종승, 변양호, 조희천, 그리고 윤지오 등. 핵심 쟁점은 강제추행이다.
"어느 신문사 사장이 자연 언니 손목을 잡아당겨 자기 무릎에 앉혀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만지고 겉으로 가슴을 만졌다" (윤지오)
'조선일보' 출신 조희천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관련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장자연이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은 보았지만 강제로 추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조희천의 이런 주장은 통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윤지오의 진술이 (무죄의) 빌미를 제공했다.
"윤애영(윤지오)는 강제추행을 한 사람에 대한 진술을 3회나 번복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수원지검)
윤지오의 증언은, '왜' 신뢰를 얻지 못했을까. 우선, 인상착의 묘사다.
1회 : 50대 초반으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문사 사장이다.
2회 : 그 신문사 사장은 H(머니투데이)이다. 나이는 40대 중반, 키는 168cm 정도다. 체격은 보통. 안경은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5회 진술 조사에서 동영상 2개를 보여줬다. 1번은 조희천, 2번은 H이다. 이때, 윤지오는 다시 진술을 바꾸었다. H가 아니라 조희천이 추행을 했다는 것.
경찰 : 장자연이 테이블 위에서 노래와 춤을 추고 있을 때 손목을 잡아당겨 추행한 신문사 대표가 있는가요?
윤지오 : 조희천이 자연 언니 손목을 잡아당긴 사람입니다.
경찰 : 진술인은 그동안 왜 H를 지목했나요?
윤지오 : 김성훈 대표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람이 신문사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집에서 명함을 찾아보았는데 머니투데이 대표 H의 명함이 있어 그랬습니다.
경찰 : H의 명함은 어디서 받았습니까?
윤지오 : 어디서 받았는지 모르지만 김성훈 대표님이 부르는 자리에서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경찰 : H의 명함을 받았을 때 장자연도 같이 있었나요?
윤지오 : 언제 어디에서 받았는지, 자연 언니가 있었는지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경찰 : 조희천의 직업이 무엇이라고 소개받았는가요?
윤지오 : 제 기억으로는 인사를 할 때 신문사에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조희천이라는 분의 직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2009.04.15)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착각할 수 있다. 잘못된 진술은 바로 잡으면 된다.
문제는,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윤지오의 신뢰도에 의문을 표했다. 착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검찰 : 조희천이 장자연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질 때 반항하였나요?
윤지오 : 장자연이 화를 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세요"라며 손으로 조희천을 밀면서 김종승 옆으로 갔습니다.
검찰 : 장자연이 추행을 당했음에도 왜 화를 내지 않았나요?
윤지오 : 제가 장자연 언니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
검찰 : 조희천의 키는 어떻게 되는가요?
윤지오 : 저보다 컸던 것 같고 어깨 부분이 둥글었습니다.
검찰 : 진술인의 키는 얼마인가요?
윤지오 : 173cm입니다.
검찰 : 진술인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진술인보다 키가 작다고, 168cm 정도 된다고 진술했는데요?
윤지오 : 사실 경찰에서는 H이라고 생각했고….
검찰 : 심지어 최면 상태에서조차 진술인보다 키가 작다고 한 것이 아닌가요?
윤지오 : 모르겠어요. 키가 그렇게 중요해요?
검찰 : 조희천의 키는 177cm, 몸무게는 82kg 정도인데. 진술인은 왜 경찰에서 장자연을 추행한 사람이 진술인보다 키가 작고 168cm 정도 된다고 하였나요?
윤지오 :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은 거의 저보다 키가 작았고. 저보다 키가 큰 사람은 없다고 생각되었어요. 제 키가 173~174cm 정도 되는데, 힐을 신으면 180cm가 넘습니다.
검찰 : 그러면 진술인은 경찰에서는 장자연을 추행한 사람의 키를 잘못 진술한 것인가요?
윤지오 : 알게 뭐에요. 크든 작든… (이상, 검찰 진술 2회. 2009.07.25)
윤지오는, 그의 표현처럼 '유일한 증언자'였다. 그러나 일관성 및 신빙성을 제공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증명력을 의심했다. 윤지오의 유일한 증언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다음은, 조희천 강체 추행에 대한 불기소 결정서다.
윤애영(윤지오)는 강제추행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해 진술을 3회나 번복하는 등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경찰 1회 진술에서 허위로 '50대 초반의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문사 사장'을 지목하였다.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신문사 사장을 추행한 사람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
경찰 2회 진술에서는 H를 지목하였다. 윤애영은 H의 명함을 조합하여 허위로 진술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고, 이름만 착각하였다는 경찰 5회 이후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1회 진술에서 50대 초반의 신문사 사장이, 2회에서는 다른 곳에서 만난 H이, 3회에서는 실제 H의 사진을 보고도 지목하지 못한 점에 비추어 강제추행이 있었는지가 불명확하다.
경찰 1회 진술은 여러 가지를 조합해 만든 거짓이었고, 2회 진술은 피의자보다 실제 H에 더 가깝고, 최면상태 진술은 조희천을 지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점에 비추어 신빙성에 의심이 있다.
◆ 윤지오 : 신변 위협을 당했다?
지난달 7일, C방송 라디오쇼. 한 앵커가 질문을 던졌다.
"장자연 씨가 친필로 남긴 문건에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어요. <금융 업체 간부 정신 이상자, 회사 직원과 동생이 빤히 바라보고 함께 하는 접대 자리에서 나에게 얼마나 X같은 XX짓을 했는지 정말 생각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 여기서 빤히 바라보던 동생이라는 게 윤지오 씨를 말하는 거죠?"
윤지오가 답했다.
"그렇지 않을까요?"
이 편지의 작성자는, 전준주(왕진진)다. 한 마디로, 가짜 편지다. 하지만 윤지오는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가짜 편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지오는, 스스로를 '목격자'이자 '증언자'라고 칭했다. 문제는, 그의 목격과 증언이 힘을 잃어간다는 것. 그가 입을 열수록, 앞과 뒤가 어긋난다.
일례로, 지난 11일 JTBC 뉴스룸 인터뷰. 윤지오는 장자연 관련 인터뷰 이후, 의문의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JTBC와 인터뷰를 하고 교통사고가 크게 났어요. 근육이 손상돼 염증이 생겼습니다. 장자연 사건을 다룬 책을 쓴다고 한 시점부터 행방을 추적하는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윤지오)
'디스패치' 확인 결과, 해당 사고는 빙판길 교통사고였다. 눈길에 미끄러져 일어난 접촉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는 평범한 아빠였다. 윤지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백퍼 뒷차과실이고 애기아빠인데 일 끝나고 애들 데리러 가다 그러신 것 같더라고요 ㅜㅜ 마음이 아팠어요." (윤지오)
그럼에도 불구, 윤지오는 JTBC에서 음모론을 펼쳤다. 고의 사고 분위기를 연출했다. 심지어 '뉴스룸'에서 공개한 사진은, 가해자의 차량. 윤지오의 차가 아니다.
윤지오가 지인 A씨에게 보낸 사고 관련 메시지다.
"이 참에 마사지나 보험으로 받아보려고요. 차도 X차라 ㅜㅜ 올해는 바꾸려고요 ㅎ"
윤지오는 한국에서도, 신변 위협을 강조했다.
“스마트워치가 작동되지 않았다."
“벽 쪽에서 의심스런 기계음이 지속적으로 들린다.”
“환풍구는 누군가의 고의로 끈이 날카롭게 끊어져 있었다."
“문을 열 때 이상한 가스 냄새가 났다.”
경찰은 현장을 정밀 감식했다. 아래는, 그 결과다.
1. 스마트워치 미작동으로 신고 후 아무런 연락이 안 됐다.
▶ 스마트워치 제조업체 로그 분석 결과, 윤 씨가 처음 두 번은 SOS 버튼을 1.5초 이내로 짧게 눌러 긴급 호출이 발송되지 않았고, 세 번째는 1.5초 이상 길게 눌렀으나 거의 같은 시간에 전원 버튼도 함께 눌러 112 긴급신고가 취소됐다.
2. 벽 쪽에서 의심스러운 기계음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이 복도 CCTV 분석을 통해 객실 출입자를 확인하고, 소음을 측정하고, 지문을 감식한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음을 확인했다.
3. 환풍구는 누군가의 고의로 끈이 날카롭게 끊어져 있었다.
▶환풍구는 지난달 13일 한국관광공사 주관 등급심사 대비 때 이미 화장실 천장 환풍구 덮개가 분리된 사실이 발견됐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구멍 크기다.
4. 문을 열 때 이상한 가스 냄새를 저와 경호원분들도 맡은 바 있다.
▶ 호텔 객실에는 가스 공급이 되지 않는다. 객실 내부에서 윤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꽃 공예용 석고 및 본드 혼합물로 보이는 액체가 발견된 점에 비추어 본드 냄새로 추정된다.
경찰은 윤지오의 청원 이후, 신변 보호 특별팀을 새로 꾸렸다. 특별팀은 모두 여경이다. 4명의 경찰관이 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경호했다.
그러나 윤지오는 지속적으로 '신변 위협'을 호소했다. "이상 없다"는 조사 결과에는, 오히려 '항의'를 했다.
윤지오 : 제대로 공표해 주셔야죠. 조작이 아니라 기기 자체가...
경찰 : 어제 설명드렸는데, 기기 자체엔 문제가 없었어요. 연동 어플, 스마트워치, 시스템 등엔 문제가 없었고요. 버튼을 너무 짧게 누르다 보니 신고가 되지 않은 거죠.
윤지오 :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 안 하고요. (중략) 굳이 조작이란 단어를...
◆ 그녀의 공, 그러나 과, 그리고.
윤지오는, 장자연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과거사위는 탄력을 받았다. 국민의 관심이 이어졌고, 재수사로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은, 그녀의 '공'(功)이다.
하지만, 분명한 '과'(過)도 있다. 장자연보다 윤지오가 (더) 보이는 게 사실. <신변위협->피해사례->생존방송->후원모금->굿즈판매>는 장자연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윤지오는, 스스로를 유일한 '증언자'라 말한다. 안타까운 건, 그 증언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 그녀가 말을 할수록, 인과 관계가 꼬인다.
"12번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증언 이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요. 미행이 붙었습니다. 이사도 수차례 했어요. 숨어 살기에 급급했죠." (김어준 뉴스공장)
검찰은, 마지막 목격자이자 유일한 증언자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부르고, 또 불렀다. 그것이 횟수로 12번이 됐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죄를 묻지 못했다. 윤지오의 진술 번복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지금 그녀가 할 일은 자신의 진술을 (다시, 그리고 정확히) 바로 잡는 것이다.
장자연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용당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책임을 물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디스패치DB, 그래픽=구민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