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이준기자] 2016년 1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가스 한 카지노. 한 동양인이 블랙잭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해당 테이블의 최소 베팅액은 100달러(12만 원). 1판당 10초 안에 끝나는 게임의 특성상, 미니멈 100달러는 고액 테이블에 속했다.
이 동양인 남성은 100달러 짜리 칩 여러 개를 손에 움켜 쥐었다. 그가 이길 때도, 딜러가 이길 때도 있었다. 게임은 그렇게 2시간 이상 지속됐다. 이 남성은 27일에도, 28일에도, 29일에도 같은 테이블에서 블랙잭을 했다.
2016년 1월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이 남성은 덕아웃 뒤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25일에도, 26일에도. 그는 아마도 박병호, 손승락, 밴 헤켄 등의 공백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는,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다. 지난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주인공. 개인이 프로구단을 창단한 건, KBO 역사상 최초다. 네이밍 스폰서 등 후원사의 돈으로 팀을 꾸려가고 있다. 현재 네이밍 스폰서는 타이어 업체 넥센이다.
이장석 대표는 3일 동안 애리조나 전지훈련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선수단 전원에게 '초심'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넥센의 2016년은 녹록치 않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 나갔다. 포스팅 머니와 현금 보상을 받았지만, 선수보강은 없었다.
넥센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상황. 이 대표는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2016년의 kt가 되겠다"면서 "올해 넥센에 필요한 건 막내구단과 같은 도전과 패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장석의 초심은 어땠을까. 그는 2박 3일의 전지훈련 참관 뒤 곧바로 라스베가스로 날아갔다. 최고급 호텔에서 3일 이상 블랙잭에 집중했다. 선수들이 담금질을 하는 동안, 그는 1판당 최소 100달러 이상의 게임을 즐겼다.
2015년 프로야구는 진흙탕이었다. 역대 최다 관중인 762만 2,495명을 동원했지만, SNS 파문에 휩싸였다. 또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에 휘말렸다. KBO가 2016년 슬로건을 '클린 베이스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각 구단은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카지노 경계령을 내렸다. 과거 전지훈련이 끝나면 카지노나 파친코에서 고단함을 풀곤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원정도박 악몽을 의식, 구단 자체적으로 "구설에 오를 일을 차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장석은 구단주다. 넥센 히어로즈의 수장이다. 동기를 부여하는 위치에 있다. 사기를 꺾어서는 안된다. 동시에 그는 KBO 이사회 일원이다. 모범을 보여야하는 자리다. 책임감이 수반되는 건 당연하다.
넥센 히어로즈 홍보팀은 '디스패치'와의 통화에서 "개인 휴가다.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취재 이후에도 베팅을 멈추지 않았다. 3일 내내 저녁 마다 미니멈 100달러 짜리 게임을 했다.
사정기관이 도박의 규모를 따질 때, '베팅액X게임횟수'로 계산한다. 물론 이장석 대표의 경우, 오고 간 돈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긴 힘들다. 게다가 그의 소득 규모를 고려, 미니멈 100달러 짜리는 도박이 아닌 유흥 수준일 수도 있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구단주의 책임감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카지노를 갈 수는 있다. 다만 시기의 문제는 아쉽다"면서 "선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땀 흘리는 팀을 생각한다면, 곧장 카지노를 찾아 게임을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