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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꽃뱀, 배후, 합의...박시후 사건, 팩트로 본 전말

 

[Dispatch=서보현·김미겸기자] 2월 15일, 새벽 2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단 13시간 동안의 일이다. 그날 밤 생긴 일은 하나다. 그러나 제 3의 목격자가 없어 사건을 향한 시각차가 크다. '즐겼다'와 '당했다'의 극단적 입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박시후의 性 스캔들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흐르고 있다. 조각난 정보를 짜집기하다보니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됐다. 게다가 찌라시까지 난무한다. '카더라'와 '상상력'이 합해져 루머가 진실을 압도하고 있다.

 

문제는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이다.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받아 들인다. 배후설, 조작설, 꽃뱀설 등이 근거없는 음모론이 양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건의 본질은 훼손됐다. 이미 루머가 팩트를 가린지 오래다.

 

'디스패치' 역시 당사자보다 측근의 멘트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완전한 팩트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단, 사건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박시후(36)와 A양(22)의 항변을 직접 들은 사람들이다.

 

소문과 팩트를 정리했다. 

 

 

◆ 그 날 밤의 팩트 | 박시후는 A씨와 마음을 나눴나?

 

루머 1. 3명은 박시후 집에서 또 다시 술을 마셨다. 이는 A씨도 마음에 있었다는 방증이다.

 

루머 2. A씨은 만취했다. 항거불능의 상태에서 박시후에 이어 K씨에게도 성적 대상이 됐다.

 

팩트 : 박시후의 후배 K씨는 카톡에 "나도 어제 취해서", "술 다신 안마셔"라는 내용을 보냈다. 이는 <박시후의 집에서 2차를 가졌다>는 루머의 단초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K씨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운전도 직접 했다. 그런 그가 술에 취했다면, 그 장소는 박시후의 집이라는 것.

 

이는 A씨가 술이 깼고, 관계를 인지했다는 가설로 사용되고 있다. 그날 밤, 셋은 집에서 또 다시 술을 마셨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집에서의 술자리는 없었다. 박시후의 측근은 "후배 등에 업혀서 집에 들어왔다. 다들 피곤한 상태였기에 더 이상 술을 마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시후가 A씨와 2번의 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하지만 A씨의 의식이 언제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다. 우선 '약물'은 국과수 검사 결과 검출되지 않았다. 즉, 약으로 의한 인사불성 및 기억상실은 논의의 대상이 안된다. 

 

박시후 측은 "집에 업혀서 들어왔지만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관계의 횟수를 기억할 정도로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2번째 성관계가 이루어졌을 때 의식을 차렸지만 항거불능이었다"고 반박했다.

 

K의 성추행 혐의는 어떨까. 박시후 측근에 따르면 K가 박시후와 A씨가 함께 있는 침대방에 들어온 것은 맞다. 그는 "그러나 K가 침대에 잠깐 누웠는지, 몸을 만졌는지, 또 당시 A씨가 알몸이었는지, 잠을 자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 성폭행의 팩트 | A씨가 동의한 성관계였나?

 

루머 1. 처음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는 준강간죄에 해당된다.

 

루머 2. 의식이 없었다면 어떻게 2번을 기억할까. 인지했다는 반증이다. 

 

팩트 :  박시후는 '강간'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핵심은 강제성 여부다. 'A씨가 성관계를 인지했는가'가 중요하다. 일단 A씨가 박시후의 차에서 내렸던 순간 의식이 없었던 건 맞다. K의 등에 업힌 채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렇다고 약물 증세로 단정짓긴 힘들다. 경찰 조사 결과 그 어떤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 즉, 단순히 만취에 의한 인사불성이었다면,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A양이 술이 깬 시점에서 찾아야 한다. 강제성 여부의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2가지였다. 우선 A씨가 의식불명이었다면 준강간에 해당한다. 만약 의식이 돌아왔어도 항거불능 상태였다면 이 역시 준강간이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상대방 동의가 없었기에 준강간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술이 깨 의식을 차린 뒤였다면 강간으로 보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박시후는 A양과 2번의 관계를 맺었다. 이는 거부의사가 없음으로 봐도 무방하다. 원스톱지원센터는 "상대에게 저항 또는 거절 의사를 미약하게라도 밝혔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동의하지 않은 관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오후 K와 카톡을 주고 받았다. 박시후와 한 침대를 썼다는 것도 밝혔다. A씨가 관계를 인정한 증거 아닐까? 법조계 의견에 따르면 사실 여부를 떠나 고소는 가능하다. 한 전문 변호사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제성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고소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 배후세력의 팩트 | 전 소속사 대표가 배후세력인가?

 
루머 1. A씨는 고소하기 전 박시후 전 소속사 대표 D씨와 사전 모의를 했다.


루머 2. D씨는 박시후가 재계약을 하지 않아 앙심을 품었다.

 

팩트 : 2월 15일 저녁, A씨는 친구 B씨에게 그날 일을 상담했다. 그리고 원스톱센터로 향했다. 친구 B씨는 사안에 문제를 느껴 알고 지냈던 연예계 종사자인 C씨에게 전화를 했다. C씨 역시 사건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인 D씨에게 말했다.

 

박시후의 측근에 따르면 D대표는 사건 정황 파악을 위해 애썼다. 사건 다음날인 16일 박시후를 대신해 A씨와 친구 B씨를 만났다. A씨를 진정시키며 박시후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17일 이후에는 A씨의 아버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D씨의 사전모의는 단정짓기 어렵다. 시간상으로 따져, D씨는 A씨가 박시후를 경찰에 고소한 이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A씨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게 15일이다. A씨가 D대표를 만난 건 16일이다. 상식적으로 사전모의가 가능하냐"고 일축했다.

 

D씨는 합의에도 적극적이었다. A씨의 아버지를 설득해 20일 약속을 잡았다. S호텔 커피숍에서 아버지를 만났고, 이 때 박시후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데리고 갔다. 결국 이 자리에서 합의를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박시후의 몰락은 D대표에게도 치명타라는 것. 한 매니저는 "계약은 끝났어도 마무리할 게 있다"면서 "예를 들어 DVD 제작 등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끝맺지 못하면 D대표가 위약금을 물지도 모른다. D씨가 받을 타격은 상당하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귀띔했다.

 

 

◆ 합의의 팩트 | A씨는 합의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요구했나?  

 

루머 1. 박시후가 1억 원을 제시하자 A씨가 10억 원을 요구했다. 

 

루머 2. D씨는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A씨를 조종했다. 
 
팩트 : 1억원 합의설은 진짜일까. 한마디로, 팩트다. D씨는 18일 이후 A씨의 아버지 설득에 들어갔다. 결국 20일 S호텔 커피숍에서 아버지와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 자리에는 박시후 어머니와 동생도 함께 했다.

 

박시후의 가족과 A씨의 가족이 사건 이후 처음 자리를 가졌다. 당연히 합의금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박시후 측은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1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A씨의 아버지가 완강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A씨 아버지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한걸까. 우선 문제의 10억 원 설은 와전됐다. A씨의 친구 B씨가 "10억 원을 요구하든지, 박시후를 추락시키든지"라고 말한 게 전부일 뿐. A씨와 가족들은 단 한 번도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A씨 아버지가 원한 것은 형사처벌이었다. "B씨가 돈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한 적은 있다. 하지만 A씨와 아버지는 돈보다 처벌이 우선인 것 같았다"면서 "K를 추가 고소한 것도 처벌의 의사가 강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 꽃뱀의 팩트 | A씨가 고소한 목적은 무엇인가?

 

루머1. A씨는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돈을 받아낸 적이 있다.

 

루머2. A씨가 돈을 목적으로 접근했다. 신고도 계획적이다. 

 

팩트 : 속칭 '찌라시'에 A씨의 신상이 퍼지면서 '꽃뱀'설이 확산됐다. 심지어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었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이는 확인할 수 없는 팩트다. 게다가 과거의 일을 끌어와 지금 사건과 동일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꽃뱀'의 필요충분 조건인 '돈' 이야기도 이번 사건에서 빠져있다. A씨와 아버지는 지금까지 먼저 합의금을 꺼낸 적이 없다. 1억 원의 제안을 받고 거절한 게 전부다. 만약 끝까지 돈보다 처벌을 원한다면, '꽃뱀' 루머는 선입견이 만든 오류다.

 

단,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다. 메신저 대화 대용이 일반적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A씨는 박시후의 집에서 나온 이후 K와 카톡을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신고 전 "내 옆에 왜 박시후가 있었지"라고 물었고, 신고 후 "속이 메스껍다. 임신은 아니겠지"라고 말했다.

 

물론 A씨가 의도적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 실제 성폭행 사례를 보면, 오히려 더 일상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한 변호사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긴다. A씨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매도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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